막시밀리앙 헬러
앙리 코뱅 지음, 성귀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의 시초는 에드거 앨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 장편 추리의 시초는 에밀 가보리오의 르코그. 그리고 추리의 열광을 이끈 주역이자 사립탐정의 시초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라 알고 있었다. 이 흐름사이에서 앙리 코뱅의 막시밀리앙 헬러가 끼어들어서 적지 않이 놀란 이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막시밀리앙 헬러가 셜록 홈즈의 원조일지도 모른다는 주장까지.

 서문에서 보아하니, 이 문제는 서양에서는 은근히 많이 다루어진 문제인듯 한데 막시밀리앙 헬러가 이번에 처음 번역된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것이다. 각종 연구에서 막시밀리앙 헬러와 셜록 홈즈의 연관성을 분석했듯이 이번에는 우리의 의견이 만들어질 차레인듯 하다.

 쥘 H의 부탁으로 변호사 막시밀리앙 헬러의 건강상태를 보러온 나. 상당히 괴짜스러운 모습에 당황하고 있던 중, 경찰서장이 방문을 해 사건 참고인으로 막시밀리앙을 부른다. 은퇴한 은행가가 독살당한 사건의 용의자가 막시밀리앙이 사는 곳에 살던 정황 때문이었는데, 막시밀리앙은 그가 절대 범인이 아니라면서 자리를 떠난다. 다음날 쥘 H는 독살당한 은행가를 직접 부검했다고 알리면서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논란의 중심인 막시밀리앙 헬러의 첫 인상은 괴짜스럽고 비범하지 않은 게 확실히 셜록 홈즈를 떠올릴 만 했다. 거기에 서술자가 의사라는 점까지 보면 왓슨 박사의 포지션까지 완벽하다. 다만, 막시밀리앙 헬러의 서술자는 그를 처음에 환자로서 만나고 이 사람의 상태가 점점 좋아지는구나, 하는 어조로 생각하는 걸로 봐서는 조금 친한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더 가깝게 보였다. 하숙집에서 룸메이트로 만나는 셜록과 왓슨을 생각하면 이건 확실히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이 서술자가 왓슨처럼 막시밀리앙과 붙어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아니라서 정말 단순한 의사와 환자의 관계라는 것에 더욱 확신이 간다.

 분량에 비해 사건 스케일이 거대한 편이다. 그냥 단순한 사건으로 보였던 것이 엄청난 거대한 구조로 연결되어 있어서, 마치 홈즈의 첫 장편인 <주홍색 연구>를 연상시킨다. 거기에 독살, 암호문, 변장, 잠입액션, 화학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어서 이 한 작품 안에서 충분히 막시밀리앙 헬러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 다만, 홈즈와 비교하면 평범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이올린에 권투, 펜싱, 고문서 연구 등의 능력을 가진 홈즈에 비해 막시밀리앙은 변호사 출신에 범죄 수사에 도움되는 요소와 글쓰기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말한대로 환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아픈 모습을 자주 보여서 홈즈 같은 천재의 이미지 보다, 두뇌 사고가 폭주해서 제어하기 힘들어 하는 보통 사람의 이미지에 가깝지 않나 생각해본다.

 이 한 권으로 끝났다는 게 많은 아쉬움을 나타내는데, 마치 설록 홈즈가 <주홍색 연구> 하나로 끝이 난 것 같은 인상과 비슷하다. 나름 모리아티 교수 만큼 악질적인 범인을 충분히 구상할 수 있고, 막시밀리앙의 개인사나 행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풀어내지 않은 상황이라 후속의 여운이 많이 남는다.

 일단 셜록 홈즈가 막시밀리앙 헬러를 표절한 것이냐 아니냐에 생각을 말하자면, 셜록 홈즈의 그림자가 있다는 걸 확실히 느끼지만 표절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막시밀리앙 헬러가 셜록 홈즈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정도다. 기초는 막시밀리앙 헬러에서 참고 했을지는 몰라도 그 위의 토대는 아서 코난 도일 본인의 역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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