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 소울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선과 악. 그 기준 점은 무엇인가. 착하게 생겼다고 천사고, 기괴하게 생겼다고 악마인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다. 하지만 외모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누가 그러더냐? 그건 순전히 외모에서 오는 착각 아닌 가? 비틀즈로 도배된 스토커 스릴러인 러버소울은 누가 진짜 괴물인가, 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내용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기괴한 얼굴로 인해 사회와 격리된 상태로 음악평론가로 활동 중인 스즈키 마코토. 그는 특집기사에 쓸 잡지표지 촬영에 쓰일 차를 협찬하기 위해 촬영장으로 가게 된다. 거기서 그는 미시마 에리라는 모델을 보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인해 촬영장이 난장판이 되고 마코토는 에리를 집까지 데려다 주게 되는데...

 전체적으로 등장인물의 진술에 따라 진행되는 인터뷰 형식 서술로 되어 있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내용이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중복되어 나오는 경우가 잦아서 약간 지루할 수도 있지만, 내용이 전개되는 걸보면 같은 내용이라도 그 인물의 시점에서는 또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제목인 러버 소울은 실제로 비틀즈가 낸 음반인 러버 소울에서 따 왔고, 각 파트 제목도 음반 리스트로 되어 있다. 그래서 궁금한 나머지 그 트랙 리스트에 해당되는 노래의 내용과 의미를 찾아보고 내용을 읽어 보았더니 놀랍게도 그 느낌이 비슷했다. 작중 내용에서 노래 가사가 언급되는 건 아니지만, 그 느낌이라던가 노래가 뜻하는 의미가 매치가 되었다. 이노우에 유메히토는 정말 대단한 실험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이나 겉모습만 본 분들이 착각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 소설은 비틀즈에 대한 부분을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비틀즈는 소설 내부의 구성요소라던가 러버 소울이란 앨범으로 작품 전체 틀에 영향을 준 것이지, 이 소설 자체가 비틀즈에 대해 얘기하거나 비틀즈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는 걸 알아두어야 한다.
 방대한 분량 답게 스토킹에 대한 섬뜩한 면과 그 피해자의 심리상태가 잘나타나 있었다. 스토킹 변태의 절정을 보여주는 마코토라던가, 그런 스토킹으로 인해 생활 전체가 무너져 가는 미에의 모습에서 실제 스토킹을 당하는 이들의 심정과 가해자들이 주로 생각하는 심리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똑바로 흘러가는 세상을 아무 근거도 없이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라던가, 차단된 정보로만 해석된 자기합리화 하는 모습은 답답한 것을 넘어서 이런 녀석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를까 하는 긴장감도 준다.
 추리를 통해서 범인을 추적하는 걸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약간 별로 일 수 있는 게, 앞서 말했듯이 사건 관계자 인터뷰 형식으로 나오다보니 경찰의 의견에 대한 부분은 코빼기도 나오지 않는데다 약간 도치 형식(범인을 미리 공개된 채로 진행되는 추리방식.)처럼 보여서 실망할 부분이 많을 것 같기도 한다. 약간 자세히 말하자면 스즈키 마코토의 스토킹 행각이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결말을 보면서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영화로는 보았던 모 소설이 생각났다(아마 러버 소울을 읽은 다른 몇몇 분들도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분위기는 다르지만, 그 소설에 비하면 러버 소울이 좀 더 의미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소설은 평범한 사람 대 사람의 두뇌싸움이었지만, 러버 소울은 외모라는 껍질로 인해 진짜 괴물을 판단하지 못하는 현실의 비애와, 비록 사회적으로는 잘못된 일이지만 한줄기 희망을 위해 자신을 바친 비운의 비틀즈 광을 심도 있게 나타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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