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몽유도원기
조영주 지음 / 피커북 / 2015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과거의 역사기록을 보다보면 몇 군데 식은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기록이 찢겨나가거나 소실되서 알 수 없게 되거나, 아니면 기록은 되어 있으나 그 인물의 행적이나 심리상태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거나, 또는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르게 서술하는 경우다. 이러한 미상의 기록들 중에는 나름 사연있는 얘기들도 있지 않을까?

 늦은 밤, 몽유도원을 그린 안견의 아들인 안소희는 북악산 야행을 나선다. 달빛이 강한 것으로 예측하고 나온 것과 달리, 예상치 못한 월식으로 인해 어두운 산길을 걷게 생겼다. 그런데 그때, 산 아래에서 초롱불을 든 선비와 만나 같이 동행하게 된다. 선비는 낭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 하고, 안소희 역시 낭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 선비는 안소희가 만난다는 낭자가 자신이 만날 낭자와 동일 인물이냐고 의심하자, 안소희는 자기가 만날 낭자는 공혜왕후의 혼백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제목이 몽유도원기라서 안견에 관련 된 내용인줄 알았는데, 전개될 수록 김시습과 성종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맨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 역사 미스터리물 느낌이 있었지 않나 한다. 아마 그래서 인지 더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그 중 하나를 꼽자면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김시습이 나름 기인 같은 행보를 보이긴 했으나 초반에는 어딘지 모르게 탐정스러운 면이 보여서 조금 당황하긴 했었다. 이렇듯 작중의 김시습의 모습은 로맨스적인 분위기와 별개로 상당히 유쾌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구성하는 인물로 재미를 주지 않았나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반전은 이 소설 속 전개가 실재 역사 속에서 이해할 수 없던 공백 부분에 자연스럽게 들어 맞아 보인다는 것이다. 비록 나온지 좀 된 모 유명 역사영화와 유사한 분위기가 있긴 있었지만, 한 부분의 공백이 아닌 여러 공백을 통틀어서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고 할 수 있을듯하다.

 로맨스적 요소를 보자면, 사랑하는 인물의 뒤바뀜으로 인한 동요와 거기서 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점이 상당히 묘한 느낌이었다. 분명 판타지적인 요소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나 느낌은 판타지 그 자체였다. 정말 제목 그대로 몽유도원의 한 부분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이야 막장이니, 그걸로도 안 되면 아예 판타지적인 요소로 감동적이게 만들어 보자는 부분이 적지 않게 보이는데, 그런 것 없이 단순한 우연적인 요소로 이렇게 느낌을 살려서 제대로 된 로맨스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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