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그림자 매그레 시리즈 12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사람 사이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언제나 돈이다. 돈 문제로 얽히면 좋은 관계이던 사람과도 금방 싸움이 난다고 하지 않은가. 대체로 이런 문제에서는 가진 자들이 더하다는 말을 많이 하고는 한다. 그렇게 많이 가지고도 더 가지려 한다. 그렇게 가지고도 너무 씀씀이가 박하다. 이런 식으로 언제나 부자는 나쁜 사람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세상 일은 언제나 반드시 그렇다는 건 없다. 특히 돈 문제 앞에서는 누구나 나쁜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

파리 보주 광장 61번지에서 걸려온 신고로 출동한 매그레 반장. 그곳은 아파트와 제약회사가 위치한 곳으로 사장인 레몽 쿠셰가 총에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시체의 등 뒤에 있던 금고 속 돈까지 도난 당한 상태였지만, 매그레 반장은 정황상 살인범과 절도범을 동일 인물로 여기지 않는다. 한편 쿠셰와 관련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만나보니 대부분 상당한 돈 문제가 얽혀 있다는 점이 밝혀지는데...

사업에 성공해 부자가 된 평범한 남자. 관련 인물로는 현 부인, 전 부인과 재혼한 남편,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 그리고 밖에서 만나는 여자. 이런 관계만 봐도 흔한 드라마가 떠오를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재벌 집안이 나오고, 돈 문제로 다툼이 발생하고, 이런저런 일이 발생하는 그런 스타일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흔해 빠진 이야기는 아니다. 피해자 쿠셰는 자수성가 해서 뒤늦게 부자가 된 경우라 그런지 흔히 떠오르는 상류층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소탈하고 누구에게 든 돈을 아끼지 않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만 가득하다. 그렇기에 이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도덕적인 면과는 별개로 이렇게 씀씀이가 좋은 사람을 굳이 죽일 이유가 있다면 대체 무엇일까. 역시 돈 때문일까.

사방에서 돈 얘기가 나오고, 돈 때문에 발생하는 사연들을 늘어 놓는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계속 나온다. 돈이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다르게 말하면 이렇다. 돈을 얼마나 버는 문제로 사람을 판단할 것이냐. 아니면 돈과 상관 없이 사람을 판단할 것이냐. 이게 조금만 관점을 다르게 봐도 의미가 확 바뀌다 보니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그것도 쿠셰라는 인물이 소시민 스타일을 더 편하게 여기는 상류층이라서 말이다. 다른 작품 같았으면 그저 돈이 많으니까 사람이 좋아 보인다, 돈이 많으니 저런 일 당할 만 했다는 얘기가 아무렇지 않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쿠셰의 인간적인 면이 계속 부각되니 돈은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겨우 돈 때문에 이런 사람이 죽었다는 것만 남을 뿐이다.

결국은 돈 문제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긴 했지만, 이렇게 까지 돈에 미쳐 있었다는 실체를 보면 경악할 수밖에 없어진다. 일상에서도 늘 나오는 말이 돈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이걸로 사람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불행해진 현실에 대해 책임을 전가 하고, 그저 돈에만 집착하는 것이 과연 정상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범인은 범인대로 딱하게 보일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자기 만족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악독하다는 인상이 더 크다. 자신이 생각한 이상향과 현실 간의 괴리를 견디지 못하고 히스테리가 폭주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린 거나 다름 없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앞서 다룬 것과 비슷한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돈이 문제냐. 사람이 문제냐. 돈 때문에서 사람이 나쁜 짓을 하게 되는가. 사람이 나쁘기에 돈에 집착하게 되는 건가. 어떻게 보면 피해자인 쿠셰가 그 답을 가장 잘 알고 실천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평생을 돈 때문에 힘들게 살았지만, 부자가 돼서는 집착하지 않고 지냈으니 말이다. 단순 사치가 아닌 자기 나름대로 베푸는 것이나 다름 없었지만, 이걸 제대로 보여줄 기회는 영영 찾아오지 못하게 됐다. 돈의 위험성을 알고 조심했지만 결국 돈 때문에 죽게 됐으니 엄청난 비극인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