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라트비아인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매그레 반장 시리즈는 예전에 한 번 읽은 적이 있다. 심플하면서도 해당 작품의 테마를 적절하게 나타내며 다음 권과 연계되는 이미지를 포함하는 표지부터 눈길을 끌었다. 매그레 반장이라는 캐릭터의 유명세와 다른 작품에 영향을 끼쳐 나온 파생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부분 역시 관심이 갔다. 많이 들어봤을 미국 드라마 주인공인 형사 콜롬보와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메구레 반장(국내명 골롬보 반장)이 바로 매그레 반장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처음 들어본 시리즈인데도 망설임 없이 읽게 됐다. 그런데 꽤 시간이 흐른 탓에 제대로 이해하며 본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사실상 처음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제형사경찰기구에서 수배 중인 범죄자, 라트비아인 피에르트가 파리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했다는 전보를 받은 매그레 반장. 곧장 역 앞에 나가 피에르트를 찾아보다가 인상착의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을 목격한다. 그런데 역 안에서 소란이 발생한 것을 알아채고 서둘러 가보니 정차한 열차 안에서 총에 맞은 시체를 발견한다. 문제는 그 시체를 찬찬히 살펴보니 매그레 반장이 찾던 피에르트와 인상착의가 똑같았다는 점인데...

처음부터 범죄자로 보이는 인물이 제시되지만, 이 인물이 대체 어떤 사람이 파악이 되지 않는 것이 사건의 핵심이라 매그레 반장의 수사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보기에 따라 범죄수사 같으면서 라트비아인 피에르트라고 추정되는 인물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탐구하는 드라마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잔잔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단순 범죄자가 아니라 국제적 규모의 수배자라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과 힘겨운 수사과정이 뒤따르며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가 나타나고는 한다. 이 진지하다는 부분에서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국제 범죄라는 배경 때문에 따라오는 부가요소에 지나지 않으니까. 어디까지나 메인은 범인에 해당되는 인물의 드라마다.

간결하면서도 세세한 듯한 배경 묘사도 꽤 인상적이다. 항구도시인 페캉의 비바람치는 길거리와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선착장 모습은 우중충하면서 쓸쓸한 분위기가 강하다. 누추하게 보이면서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깊게 배어 있는 듯한 인상을 가진 파리 어느 한 구석은 또 어떻고. 다소 화려해 보이는 마제스틱 호텔이나 부유층 주거지에 대한 묘사에 비하면 사람 사는 냄새라는 것이 확 느껴진다. 가식이나 거만함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환경으로 나타낸다면 딱 이럴 것이다.

사건 배경 때문에 꽤 규모가 큰 사건으로 보이나 실상을 보면 굉장히 소박하기 그지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냉혹한 뒷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를 사람 사는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이야기가 벌어진 환경이 뒷세계였기에 엄청난 부조화가 발생하고 만다. 원하던 소망은 작지만 그걸 위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너무나도 컸다. 잠깐의 눈속임은 쉬울지도 모르나 세상 전부를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완벽하게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빈틈이 있기 마련이고, 거기로 새어 나오는 모습은 그저 약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해도 막다른 곳에 몰리게 되어 파멸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드라마다.

주인공이자 경찰, 그리고 탐정역할이나 다름없는 매그레 반장의 스타일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직하게 관련 인물과 단서를 쫓아가며 사건의 배경을 알아내는 것. 대체로 추리소설하면 범인(Who)과 범행과정(How)에만 집중하고 다소 대충 다루기도 하는 왜(Why), 라는 부분에 집중한다고 보면 된다. 뭐, 이렇게 말한다고 앞의 범인과 범행과정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니다. 범인은 범인대로 흥미가 생기게 만들고, 범행과정은 겉으로는 별거 없이 단순해 보이지만 의외의 추리로 풀어나가는 과정이 있기에 문제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걸 실행하기까지의 드라마가 극적이라 크게 복잡한 트릭 같은 건 필요가 없다. 이게 매그레 반장이라는 추리소설 시리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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