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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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대한 다양한 비유가 있지만 게임이라는 말이 꽤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승자와 패자가 있고 그에 따른 실질적인 보상과 손해가 존재하니까. 문제는 기회가 다시 주어지지 않는 현실임에도 공정한 게임이 아닌 반칙과 악의적인 공격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사연 있는 일도 있겠지만 대체로 가진 자들의 횡포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잘 사는 이들은 계속 위로 올라가고, 못 사는 이들은 계속 아래로 굴러떨어지게 된다고 본다. 불공정한 사회의 현실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밝혀내는 이들의 활약을 통해 문제의식이 강조되고 있기는 하다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는 보상을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게 아닌, 즐기기위해 게임을 하고 있지 않을까. 현실의 상대를 짓밟고 파괴하는 걸 즐기기 위해.

 교동회관에서 활약하고 탐정사무소를 열어 돌아온 당승표와 나승만. 마치 홈즈가 베이커가의 하숙집에 자리잡듯 확고한 터전이 생긴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바다. 어떤 사건 의뢰가 들어올지, 또 한편으로는 어떤 집요한 상대가 나타날지.

 전작과 마찬가지로 개개의 사건을 다루면서 하나로 이어지는 스토리 구성이지만 1부 파트와 2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1부는 홈즈 단편처럼 서로 관계 없는 개별 사건을 다룬 내용. 2부는 세계관 속 인물들이 다시 엮이는 사실상의 메인 스토리. 어떻게 보면 작은 게임으로 시작해서 점점 큰 게임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서의 두드러지는 장점이라고 한다면 캐릭터 활용도다. 보통 시리즈물로 가면 주연 인물과 조력자 위치의 인물 외에는 거의 1회성으로 나오고 끝이다. 어쩌다가 다른 스토리에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나 그것도 어느 정도 정해진 위치가 있다. 주인공과 대립하는 숙적이거나, 가까운 지인, 그리고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특정 스토리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경우. 그런데, 이 소설은 김민영처럼 정해진 위치 격의 캐릭터도 다시 나오면서 1회성 엑스트라로 끝날 법한 몇몇 캐릭터들까지 알뜰하게 재등장시킨다. 어떻게보면 우려먹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런 의미 없이 나온 것도 아니고 엑스트라 치고는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반갑다는 인상이 더 크다. 앞으로도 이런 구성이 좋은 효과를 발휘하려면 작품들 간에 조금씩 텀을 두고 등장시켜야겠지만.

 살인사건 위주의 사건만을 다루지 않은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추리소설하면 대부분 살인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탐정=살인사건 조사>라는 공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탐정 소설의 원조나 다름없는 홈즈 단편을 몇 개만 찾아봐도 살인 사건을 다루지 않은 내용이 꽤 있다. 홈즈보다 그 이전에 존재한 탐정의 시초인 오귀스트 뒤팽 역시 <도둑맞은 편지>라는 살인사건이 아닌 추리 단편이 있고. 이런 부분을 보면서 탐정 소설로서의 초심을 제법 잘 살렸다고도 할 수 있다.

 과학적인 요소가 들어간 트릭은 여전히 기발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재미를 만들어낸다. 당승표의 추리나 침착하고 능청스럽게 위기를 해결하는 모습은 진짜 탐정다운 느낌이고, 나승만 경감은 직관적이면서도 생각 이상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만능 그 자체라 여러모로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김민영의 경우는 제대로 존재감을 보이는게 후반부다 보니 다소 입지가 약했지만 서브 추리담당으로 앞으로를 기대해도 좋을듯 하다. 전반적인 스토리 구성은 앞서 언급한 대로 살인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적절히 섞어 넣은 건 확실히 좋았다. 마지막 최후의 대결이 다소 급하게 전개됐다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한 것에는 이견 없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사건을 길게 다루는 장편도 한 번 쯤은 나오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다. 현재 나당 탐정사무소 멤버라면 장편 하나의 스토리를 끌고 가기에는 충분하게 보이니까. 물론 소설을 구상하는 건 작가 마음이고 현재의 단편적인 구성도 크게 나쁘지 않아서 독자 혼자서 생각해보는 하나의 가정 정도로 여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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