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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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집도 나름대로의 재미를 가지는 걸 볼 수 있다. 각각의 단편이 연관성을 가진다던가, 구성을 독특하게 한다던지. 한정된 분량이라는 특징을 이용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장편이라면 다시 찾아보기 힘든 걸 단편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편에 비해 다소 여러가지 실험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 책 역시 그런 구성이다.

 제목만 보면 범죄 미스터리물이지만 작가가 말한대로 장르가 다르고 관련성 없는 단편을 이어놓은 것이다. 미술에서 보면 콜라주라고 보면 된다. 관련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제목에서 왜 목 부러 뜨리는 남자를 언급하는지는 마지막 단편까지 보고나면 나름대로 알 수 있다.


1. 목 부러뜨리는 남자의 주변

-선과 악의 균형이라는 묘한 소재가 특징이다. 처음에는 한니발 렉터 같은 다소 이상한 살안마가 메인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생각보다 친절한 구석이 많아 그가 진짜 나쁜 사람인지 상당히 의문스럽다. 솔선수범해 악행을 저질러 더 큰 악행에 대비한다. 착한듯 하면서도 나쁜. 애매모한 이미지이지만 이런 행동의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연급 인물임에도 여러명의 제 3자의 시선에서 다룬 것도 이 살인마를 단순한 인물로 보지 않게 만들기 위한 구성으로 보인다. 


2. 누명 이야기

-피해자와 가해자가 겪는 무게의 차이에 대한 부조리를 다루어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앞선 단편에서는 겉으로 판단하기 쉬운 요소의 균형을 다루었다면, 이 단편은 내적인 요소가 더해져 말 그대로 세상의 균형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다소 SF처럼 보이는 구성과 반전에서 이전 단편의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3. 나의 배

-연애와 추리가 조화를 이루는 내용이라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연애 스토리 당사자의 나이 때문인지 더 몰입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탐정 역으로 나오는 구로사와는 나름대로 분위기를 살리는 상당히 인상깊은 인물이다. 현실적인 탐정상에 도둑질에서 보여주는 생계적인 모습이 실제로 있을 법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4. 사람답게

-흔히 누구나 한 두 번쯤 언급할 천벌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볼 수 있다. 나쁜 사람에게 천벌을 내려달라는 염원은 어디서나 들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모두가 잘 안다. 이 때문에 신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걸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단편에서는 그 천벌에 대한 비유를 그럴싸하게 나타내서 어딘가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무서움이 나오는 건 예상못했다.


5. 월요일에서 벗어나

-매스컴에 대한 나쁜 이미지와 구로사와의 도둑 활동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도둑치고는 너무 정직한 면이 많이 보여서 순간 생각난 이미지는 이거다. 이말년 시리즈 중 한 에피소드였던, 양심적인 도둑 조금만. 허를 찌르는 트릭이 돋보인 단편이기도 하다. 매스컴의 악의적인 부분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트릭으로 보이기도 하다.


6. 측근이야기

-역사적 배경과 호러를 같이 매치한 게 상당히 독특하다. 대수롭지 않은 평범한 분위기로 시작해서 소름끼치는 장면까지 이어지는 전개가 상당히 놀라웠다. 앞선 단편인 <사람답게>와 약간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 단편은 인간관계 부분을 다루었다는 생각이다. 천벌은 다소 간접적인 면이 없잖이 있어 보이는 반면 인간관계는 상당히 직접적이다. 그래서 이런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그렇게 이상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당장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를 천벌과 바로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이 가지는 앙심 중 뭐가 더 무섭겠는가.


7. 미팅이야기

-무슨 작법서에 나오는 예제처럼 서술되어 있어서 살짝 당황스러웠다.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잠시, 이 독특한 서술에 나름대로 적응했다. 이게 연애물인지 스릴러가 숨겨진 것인지 긴가민가 하면서도, 앞선 다른 단편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는 등의 재미를 볼 수 있었다. 덤으로 이런 방법으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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