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초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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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는 왜 위험하게 횡단보도를 걸어서 건널까?

날개가 있으면 좀 날아서 건너지.'


뚱뚱한 몸을 뒤뚱거리며 위험천만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비둘기를 만날 때마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알게 됐다.

생물의 날개란 매우 경이로운 진화를 거쳐왔고,

'비행'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활동이라는 걸!

이제는 날개가 있음에도 걷기만 하는 비둘기를 흘기지 않아야겠다.


유튜브 '새덕후' 채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장을 펼쳤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멋진 생물이라는 걸 알게 될 테니.


“​깃털은 세계의 경이 중 하나다.

공중에 띄울 수 있을 만치 튼튼하면서 뼈보다 딱딱하지 않은 경이로운 장치다.” (p.117)


-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를 집필한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이다.

어려운 과학서가 아닐까 걱정하며 펼쳐 들었는데

그보다는 재미있고 잘 읽히는 대중과학교양서에 가까웠다.

리처드 도킨슨 씨가 이렇게 유머러스한 분이신 줄 몰랐지.


이 책을 편집, 마케팅하면서 을유문화사가 가장 신경 쓴 것도

'재밌는 과학교양서'라는 컨셉을 묻히지 않게 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마법의 비행>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새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비행하는 생물은 그들뿐만이 아니다.


과거에 멸종된 익룡들도 날았고,

벌레와 날다람쥐 등의 소동물도 날며,

날치 등의 물고기도 날고,

심지어 식물의 씨앗들도 난다.


이 책은 생물들이 왜 '날기'라는 생존 전략을 선택했는지,

난다는 건 왜 그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지 흥미롭게 서술한다.


중고등학생 시절 물리, 화학은 싫어했지만 생물, 지구과학은 정말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다양한 생물종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정말 흥미로웠다.

'야나 렌초바'의 사실적인 일러스트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이해를 도와주었다.

읽다 보니 인간의 이기로 멸종한 멋진 생물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여러모로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이 책에서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호주, 뉴질랜드 등에 사는 많은 새들은 날지 못한다고 한다. (키위새, 도도새, 굴뚝새 등)


그들은 한때는 날 줄 알았기에 날아서 섬에 도착했으나

커다란 포유동물이 없는 외딴섬에서 '날개가 없는 포유동물의 생활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또한 섬에 포유동물 포식자가 전혀 없기에

새는 먹히지 않게 달아나는데 날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님을 '발견한다'.

그래서 날개가 세대를 거치며 퇴화한 것이다.


모리셔스 섬에 살고 있던 도도새는 17세기 선원들의 등장으로 멸종했다.

도도새는 선원들의 등장 전에는 섬에서 달아날 만한 일이 전혀 없었기에

곤봉을 들고 재미 삼아 자신을 때려잡는 인간들에게서도 달아나지 않았다고 한다.

(증말 인간 나쁘다...)


책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진화와 퇴화의 사례가 등장한다.

모든 생물들이 균형과 타협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생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진화에 대한 좀 더 딥한 이야기가 듣고 싶기에

어서 읽어 보기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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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 개정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이혜승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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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작품, 그리고 그 작품이 쓰인 시기의 상황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믿는다. 작가를 작품에 그대로 투영해서 보는 건 옳지 않겠지만, 적절한 사전 지식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러한 ‘문학 강의’는 문학 작품을 깊이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등불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집필한 블라디미르 나보포크는 ‘20세기가 낳은 러시아 문학의 거장이면서 미국 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 가장 잘 알려진 그의 저서는 아무래도 『롤리타』일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직접 대학에서 교수로서 강의했던 강의록을 적절히 편집해 엮은 것으로 나보코프에게 문학이란. 특히 러시아 문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뚜렷한 견해를 담고 있다. 시대별로 고골, 투르게네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막심 고리키에 대해 구성되어 있으며 자필 원고나 메모 형태로 남아 있는 강의록 또한 그대로 수록되어 있다.

나보코프는 러시아 문학에 대해 독자들이 갖고 있을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낸다. 예를 들자면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가 사회를 풍자하는 소설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러시아 문학의 거장으로 알려진 도스토옙스키는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극단적 이기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의사들의 사례 연구를 참고해서 도스토옙스키의 등장인물들을 그들이 겪고 있는 정신병의 종류를 중심으로 분류해 보았다. (중략…) 도스토옙스키 주인공 중에는 사이코패스가 많다. 스타로브긴은 ‘도덕적 정신 이상’, 로고진은 ‘호색증’, ‘라스콜니코프는 ’명백한 광기‘, 이반 카라마조프는 반쯤 미친 사람이다. 이들은 모두 인격 해리 증상을 보인다.” (p.214)

웃으면 안 되는데 여기는 보고 너무 어이없어서 한참 웃은 부분.

누가 도스토옙스키 작품론을 이렇게 쓰냐구요.

그 ’누구‘가 바로 나보코프였다….

먼저 읽었던 소설을 나보코프의 색다른 시선으로 다시 한번 바라보는 건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직 읽지 않은 소설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이 책이 어렵다고만 느끼던 러시아 문학에 관심과 친근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 문학에 대한 나보포크의 강의를 생생한 직관 수준으로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께『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추천드린다. :)

- [책의 만듦새에 관하여]

- 톤 다운된 컬러의 패브릭 커버 + 양장본에 환장하는 나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책등의 글씨 색깔도 진한 검은색이라 종이 커버를 벗기면 어떤 책인지 알기 힘들다는 게 매력 포인트! 게다가 폰트가 기존 책에선 보기 힘든 종류로 제작되어 있는데, 덕분에 강의의 내용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을유책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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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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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정보와 지혜의 보물 창고이며, 철학 이전의 철학이었고, 철학 이후에도 또 다른 결을 가진 철학으로 존속해왔습니다.” -p.10

 

어린 시절 만화책으로 얼핏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제우스, 헤라의 이름과

어린이가 읽기에는 다소 충격적이던 내용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많은 지식과 이야기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언제 한 번 제대로 공부해봐야지 생각하고 있던 때에

을유문화사의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났다.

 

김헌은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로,

지혜를 사랑한다의 합성어인 필로소피아(philosophia)’라는 말에 이끌려

고대 그리스 철학 연구에 정진하게 된 고전학자이다.

 

신화를 진정 사랑하고 깊이 이해하는 사람의 해석은 달랐다.

 

어려운 신들의 이름이라든지 복잡한 계보를

드라마를 보듯 쉽게 설명해줬고,

 

어릴 적 충격적으로 느껴지던 근친결혼 등의 스토리에는

은유적, 철학적 이유가 있었다.

 

또한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신들의 이름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핵무기에 관련된 원소인 우라늄플루토늄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저승의 신이자 죽음의 신인 플루톤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이런 식으로 많이 들어왔던 이름들이 신의 이름과 같다는 걸 알게 되는 것도

이 책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었으나

그 방대한 내용에 망설여졌던 사람이라면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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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마크 W. 셰퍼 지음, 김인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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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북으로 읽는 중인데 요즘 시대에 적합한, 본질적인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좋습니다. 종이책으로도 구매해서 소장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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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무해하게, 팔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옥성아.채한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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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 모두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다.

어찌 보면 우리가 가볍게 올리는 인스타 스토리 하나도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콘텐츠란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고

이 책이 그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책장을 펼쳤다.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마케팅 방법을 다룬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다.

몇 장 읽다 보니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옥피디와 채과장의 <고막메이트> 기획 과정을 담은 에세이정도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다.

 

<고막메이트>201910월에 처음 시작해서 유튜브에서 오래 인기를 끌었던 웹예능이다.

나도 재밌게 봤던 프로그램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기대하고 구매했는데 <고막메이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이런 부분은 띠지에서라도 표시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고막메이트>는 콘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 재밌게 시청하기만 했었는데,

기획하고 제작한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과정을 따라가 보는 시각은 새로웠다.

생각보다 하나부터 열까지 시청자를 고려하며 기획된 부분이구나 싶어서 감동이기도 했고,

앞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이런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 바로 팔리는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꿀팁을 찾으시는 분들보다는

좋은 콘텐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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