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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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세상에는 분노와 폭력이 없다. 대신 우울이 있지만 모두가 묵묵히 옆에서 우울이 지나갈 때까지 함께 해준다. 숲속에서 다람쥐와 개미, 코끼리 등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모두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그 누구도 '너는 왜 나와 달라?'하고 물어보지 않는다.
반딧불이는 태양을 좋아하고, 지렁이는 어둠을 좋아하기에 함께 태양을 볼 수 없다. 대신에 둘은 밤에 만나 반딧불이의 옅은 빛에 의지에 신나게 춤을 추다가 동틀 녘이 되면 헤어진다. 반딧불이는 하늘을 날아오르며 찬란한 태양빛에 감탄하고 지렁이는 땅속에서 어둠의 안락을 만끽한다.
그 숨통 트이는 거리와 관계가 좋았다. 노래 '서울이곳은'의 가사처럼 연인 또는 타인뿐인 세상에서, 적당히 가깝고 적당히 먼 관계만큼 위로가 되는 것도 없는듯하다. 뜨거운 사랑도, 눈물 나는 희생도 좋지만 요즈음엔 묵묵히 옆에 앉아 있어주는 고요한 우정에 위로를 받는다. 우리도 숲속의 동물 친구들과 같다. 누군가는 땅속이 편한 지렁이, 누군가는 하늘을 나는 반딧불이. 지렁이가 반딧불이에게 너는 왜 땅속에 살지 않냐고 물어도 아무 의미가 없다. 반딧불이는 반딧불이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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