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이를 판단하는 기회를 덥석 잡아버린다. 물론 우리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미묘하고 복잡하며 불가해하다. 하지만 낯선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책에서 내가 당신에게 한 가지를 설득할 수 있다면, 이런 사실일 것이다. 낯선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p.73)

-

낯가림 왕이기 때문에 타인의 해석이라는 제목과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라는 소제목에 확 끌려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장을 펴기 전까지는 낯선 사람을 대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책은 아니었고 책 띠에 있는 것처럼 왜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안다고 착각해서 비극에 빠질까에 대해 말하는 책이었다. 저자는 이 비극의 사례들을 쭉 열거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무래도 비극적 사례들이다보니 일상적인 것들 보다는 대부분이 범죄에 관련된 사례들로 예시 들어져 있다.

인간은 타인이 진실하다고 믿는 신뢰를 기본값으로 두고 살아간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기꾼에게 속거나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모든 사람을 의심하다가 당할지 안당할지도 모르는 사기를 피해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진실 기본값이라 한다. 저자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두었다가 비극을 맞은 사례들과, 모든 사람을 의심하다가 비극을 맞은 사례를 모두 보여준다. 두 경우 모두 결과는 비극이라는 것인데 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일까. 첫째는 우리는 타인을 완벽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자는 것이다. 타인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한데, 상대를 완벽하게 간파하고 있다고 착각할 때 상황은 비극으로 흘러간다. 둘째로 타인을 신뢰하는 우리의 본성 자체를 모독하지 않아야 한다. 합리적인 의심은 좋지만 인간 사회는 신뢰로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례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두꺼운 책이었지만 금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론이 지나치게 길고 책의 대부부분이 사례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그래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엄청난 미괄식 도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궁극적 결론이 궁금하다면 인내심을 갖고 읽어야 한다.

다 읽고 나서는 몇 년 전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청춘시대>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나만 참는 줄 알았다. 나만 불편한 줄 알았다. 나만 눈치 보는 줄 알았다. 말해도 소용없을 거라는 생각. 말하면 미움 받을 거라는 두려움. 비웃을 거라는 지레 짐작. 그러고 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나보다 무례하고, 난폭하고, 무신경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무례했다. 나는 오만했다. 나와 같다. 나와 같은 사람이다. 나만큼 불안하고, 나만큼 머뭇대고, 나만큼은 착한 사람.]

모두 나와 같이 복잡한 존재들인데 자꾸 그걸 잊고 파악하려하고 판단하려 한다. 나만해도 집에서, 학교에서, 연인에게, 친구에게 보여주는 서로 다른 모습이 수만 가지이다. 다른 사람이라고 그렇지 않을까.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