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넌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하는 질문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은 당연한 것이고, 아무리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해도 비혼주의자와 딩크족은 소수일 뿐이다. 비혼에 관한 책들은 속속 출판되고 있지만 딩크족에 대한 책은 처음 본 것 같아서 눈길이 갔다. 딩크족은 Double Income No Kids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의도적으로 자식을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말한다. 비혼주의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의도적으로 자식을 낳지 않고 부부 사이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딩크족도 늘어가고 있다. 아이를 낳고, 낳지 않고의 문제에 정답은 없겠지만 가치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두 집안의 결합' 또는 '정상적인 가족 모습 만들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선택한 제도'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아이를 낳지 않고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사람의 삶을 존중하지 않을 때 나타난다. '왜 결혼 안 해?', '왜 아이 안 낳게?' 따위의 질문들은 악의가 없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내밀한 부분을 거리낌 없이 물어본다는 점에서 충분히 무례하다. 반대로 기혼자나 자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도 '왜 결혼해?', '아기를 왜 낳아?'라고 물어보지 않는다. "그냥". 그냥일 수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듯이 반대로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딩크족이 말로써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냥 저 사람은 저렇게 사는구나'하는 적절한 무관심의 필요성을 느낀다. 특히나 여성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면 이기적인 X이라며, 편하게 살려고 한다며 남성에 비해 더 공격을 받는다. 그 '이기적'이고 '자신만 편하게 살려고 한다'라는 말에는 출산이 여성의 희생을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10달 동안 내 몸의 영양분을 다 가져가는 침입자를 품는 것도 여성, 생살을 찢고 아이를 낳는 것도 여성, 한국에서는 이름과 커리어를 잃어가며 육아를 하는 것도 여성인데 출산에 대해 여성이 선택하지 않으면 누가 선택을 하겠는가. 또한 자신의 몸과 인생을 지키기 위해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편하게 사는 것을 절대 '이기적'이라 비난할 수 없다.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 고통받고 싶고 힘들게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딩크를 선택한 사람들을 비난하기 전에, 어떻게 해야 이미 태어난 아이와 그 부모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될지 고민해보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