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책은 도끼다>라는 박웅현의 저서에서 본 카프카의 말이다. 몇몇 책은 내 인생의 도끼가 되어 내 안에 두껍게 얼어붙어 있던 바다들을 깨주었다. 모든 책들이 나에게 도끼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런 도끼가 되어주는 책을 발견하면 너무 신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 추천하고 다닌다. 18살 때 읽었던 차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내 속의 페미니즘에 대한 바다를 깨주었고, 21살 때 읽었던 <이상한 정상가족>은 아동인권에 대한 바다를 깨주었다. 살면서 책에 의해 크고 작은 얼음 바다들이 깨져 사라졌지만,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책들은 저 정도가 떠오른다. 그리고 세계에 대한 오해라는 또 하나의 바다가 깨졌다.

  ‘팩트풀니스를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사실충실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한스 로슬링은 사람들이 원초적으로 지닌 10가지 본능(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에 의해 세계를 크게 오해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 오해를 하나씩 통계에 기반해 풀어나간다. 오해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A.20%/ B.40%/ C.60%”라는 문제가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A 또는 B를 선택했지만 정답은 C60%이다. 몇 십 년 전이었다면 A 또는 B가 정답이 되었겠지만 현재는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있는 여성들이 크게 늘었다. 사람들이 저소득 국가의 여성 인권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답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60%가 많은가? 거기에 만족하라는 것인가? 저자가 사실충실성을 말하는 의도는 나아진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여성의 교육수준이 크게 발전했으니, 그 성과를 똑바로 알고 축하하고 앞으로도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몇 십 년간 노력했지만 여성 인권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더 희망을 잃을 수 있다. 세상에 대한 오해는 장기적으로 세상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의 10가지 원초적인 본능들은 과거 원시생활을 하던 인류에게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현대의 인간에게는 오히려 현실을 왜곡 시켜 혼란을 가져올 뿐이다. 생존을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차곡차곡 쌓이다가 결국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지방처럼 말이다.

  공포 본능, 일반화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 등의 예시들을 보다보니 지금 시국우리나라의 모습이 많이 겹쳐보였다. 공포에 사로잡혀 일반화하고, 비난할 희생양을 찾고, 다급한 마음에 당장 섣부른 결단을 내리라 외친다. 어찌 보면 모두 인간의 당연한 반응들이다. 아무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춘다면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이럴 때일수록 이성을 찾고 침착하게 도움이 되는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하고 스스로에게 이로운 일은 처단할 악마를 찾아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 위기를 넘기는 것이다.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고 집에만 갇혀 있다 보니 나도 누구를 향하는지 모를 분노가 들끓으려던 참이었다. 마침 그때 시기 적절하게도 <팩트풀니스>를 읽어서 집나간 이성이 돌아왔다.. 칩거 생활이 너무 심심하고 가끔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면 <팩트풀니스>를 추천하고 싶다. 저자의 유머와 각종 통계자료들이 어우러져서 두꺼운 책이지만 금세 읽을 수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찬물에 세수를 하듯, 세상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사실들이 훅훅 들어와서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원초적인 본능에 사로잡혀 이성이 집나가려고 할 때면 종종 다시 책을 꺼내 되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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