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패티 유미 코트렐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언젠가 내 입양아 남동생이 나한테 편지를 보냈다. 모든 것이 괜찮다가 이내 괜찮지 않아. 내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모호하다가 이내 캄캄해져. 우리 집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어린 시절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학교가 나를 우울하게 했고, 우리 개가 나를 우울하게 했고, 내 신발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내 책들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누나가 나를 우울하게 했고, 우리 부모님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내 침실 창밖 나무가 나를 우울하게 했어.”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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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고들 말한다.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지켜내야 하는 귀하고 빛나는 것이라고. 하지만 모두에게 삶은 빛나는 것인가. 누군가는 삶을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삶을 살아낸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매일 반복해야 하는 행위가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힘들 수도 있다. 삶을 시작하지 않을 권리도, 삶을 끝낼 권리도 우리에게는 없다. 생의 시작과 끝을 결정할 수 없다면 그 사이의 시간들을 자유롭고 존엄하다 말할 수 있을까. 요즘 따라 인간은 그저 세상에 내던져져서 호르몬에 휘둘리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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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그 분위기에 푹 빠져서 감정이입을 하는 타입이라 우울하다 못해서 살짝 괴기스럽기 까지 한 이 책을 끝까지 읽기가 조금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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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인공의 심리 상태가 혼란하고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서 그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평면적이라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번역체가 매끄럽지 못해서 번번이 읽다가 흐름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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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생의 죽음 후 5일간, 사건보다는 주인공 내면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조금 지루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지만, 주인공의 독백을 따라 삶과 죽음에 대해 철학적인 생각들을 해보게 되었다. 현재 심리 상태가 불안정한 사람들은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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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헬렌에게 평온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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