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물리학 - SF가 상상하고 과학이 증명한 시간여행의 모든 것
존 그리빈 지음, 김상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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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번쯤은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미래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거나. 우리는 현재만을 인지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과거 또는 미래로 떠난다는 시간여행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고,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수많은 SF소설과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SF 장르가 아닌 웹툰이나 웹소설에서도 회귀 설정은 이제 너무 흔해서 식상할 정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여행은 실현 불가능한, 상상의 영역에 불과히다고 생각해 왔다. 이 책은 그에 대해 시간여행은 가능하다는 답을 내린다. 다만 그 시간여행이 우리가 흔히 SF에서 보는 방식이 아닐 뿐. 


 저자는 시간여행에 대한 9가지 고찰을 토대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힌다. 실제로 이 책의 원제는 Nine Musings on Time이다. 1단계에서 6단계까지는 물리학 이론을 토대로 시간여행의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7단계부터 9단계까지는 시간여행의 작동방식과 타임 패러독스에 대해 다룬다.


 물리학 때문에 이과를 포기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볼 때마다 이해하기 어려운 특수 상대성 이론의 시간 지연과 길이 수축부터 시작해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양자역학 등... 어디서 들어보긴 했다 싶은 수준의 내용들을 전문적으로 파고들려니 오랜만에 책 읽으면서 지적 노동을 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지금도 '그래서 왜 시간여행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논리정연하게 대답할 자신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이 책 읽기를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책에 대한 이해와 별개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간 내가 세상을 이해해왔던 관점과 다르게 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 책에서 다룬 많은 이론들 중 특히 인상깊었던 내용이 7~8단계에서 다룬 블록우주와 세계선 개념이었다. 엄밀히는 다른 개념이지만, 평행우주를 떠올리면 된다. 영화에서 볼 때는 그저 판타지적 장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물리학 이론이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심지어 우주가 작은 우주를 낳고 진화한다는 거품우주나,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 등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가설들이 있었다. 또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진 궤적인 세계선, 시간선이라는 개념도 흥미로웠다. 이 이론들대로라면 시간여행도 내가 서 있는 시간선의 과거나 미래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블록, 다른 시간선으로 떠나게 되고, 나의 행위로 인해 시간선이 분기하게 된다. 


 아서 클라크의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을 이 책을 통해 절실하게 느꼈다. 물리학 지식이 짧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자가 펼치는 주장들,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거나 평행우주론 등은 과학이라기보단 마법처럼 느껴졌다. 시간여행은 어릴 때나 하던 상상이라 치부하며 현실에 치여 현재를 살아내는데 급급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현재를 벗어나 마법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은 그저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낸 감각이라는 말을 보며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는 없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책 중간중간 인용되어 있는 SF 작품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SF를 안 읽은 지 좀 됐는데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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