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보았어
돌로레스 히친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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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소설, 그 중에서도 고전 추리소설을 정말 좋아한다. 일단 시기가 다르니 심리적으로 작품과의 거리를 둘 수 있고, 고전 추리소설 특유의 딱딱 떨어지는 퍼즐 같은 전개도 좋다. 코난 도일, 앨러리 퀸, S.S. 반 다인, 애거서 크리스티, 길버트 체스터튼, 도로시 세이어스, 조세핀 테이, 존 딕스 카 등등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고전 추리소설은 많이 읽어봤다. 사실 읽은 작품을 재독하고, 삼독하고, 사독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고전 추리소설이라니. 고전 추리소설 팬으로서 안 읽을 수가 없지 않나. 표지를 보고는 코지 미스터리인가 싶어서 약간 김이 샜지만 그래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서는 이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었으면 좋겠다고 두 손 모아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일단 코지 미스터리는 아니고, 오히려 다른 고전 추리소설 치고 꽤 잔혹한 편이다. 


 소설은 다정한 할머니 레이철이 무려 유산을 상속받은 고양이 서맨사와 의붓조카 릴리를 만나러 가면서 시작된다. 두려움에 떨며 도움을 요청한 릴리는 막상 직접 만나보니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레이철을 대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데, 그녀는 수상한 사람들로 가득한 하숙집에서 살고 있다. 


 레이철은 릴리가 도박 빚을 졌다는 사실이나 어떤 남자와 애정관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녀가 지금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알아내지만 릴리는 자신의 상황을 명확히 말하는 걸 거부하고 결국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그리고 지역경찰 메이휴 경위가 사건 해결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클로즈드 서클과 각자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등장인물들. 레이철은 본인의 힘과 메이휴를 통해 릴리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하숙집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하나씩 조사한다. 하숙집에 살고 있었지만 릴리가 죽은 당시에 실종 중이던 남자도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 한 명은 오밤중에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도대체 이 하숙집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이고 누가 이토록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걸까?


 특이한 점은 이 작품이 미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중간 중간 스포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추리소설과 같이 긴장감이 갑자기 고조되는 등 극의 분위기가 반전되기 보다는 계속 잔잔하게 긴장감이 흐른다. 어떤 사람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일정 수준의 텐션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작가에게 감탄했다.


 또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인 레이철 머독. 추리소설 팬이라면 레이철을 보고 미스 마플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다정하고 상냥한 할머니라는 점에서 두 캐릭터가 유사하지만 레이철은 미스 마플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타입이다. 그 연세에 다락방에 숨어들어 염탐하고 남의 말을 엿듣기까지 하다니 노익장이 대단하다. 


 돌로레스 히친스의 고양이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고양이 서맨사는 작중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지는 않는다. 알고 보니 맥거핀인가 싶었지만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서 수동적으로나마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제 역할을 다 해준다. 중간에 함정이 나오기도 하고 또 부유한 고양이라고 해서 험한 꼴 당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고전 추리소설을 종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새롭게 소개된 고전 추리소설에 다들 기대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작품은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작품 자체로도 재밌지만 그간의 고전 추리소설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앞으로도 고양이 미스터리의 다른 작품들을 쭉 만나보고 싶다. 레이철의 활약이 기다려진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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