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설거지 거리와 쓰레기 더미를 보며 ‘뭐 대단한한 주를 보냈다고 이렇게 생활이 엉망인가.‘ 하고 다시자괴감에 빠진다. 생활을 돌보지 못하는 날이 쌓이니, 삶에 대한 불만도가 높아졌다. 그 감정을 상쇄시킬 보람이나 재미, 인정을 일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대체로 잘 되지 않았기에, 마음의 결핍이 심해지면 좀 더 나아 보이는 삶의레퍼런스를 찾는 데 돈과 시간을 썼다. 필요 이상으로 정보에 집착하고, 책과 프로그램을 결제하고, 일과 생활을두루 잘 해내는 힙한 인물들을 팔로잉하며 대리만족하다가, 나와 비교하며 슬퍼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 P113
집에서의 생활을 단단히 만들어 삶의 무게중심을안으로 이동시키는 일은 어디로 도망치지 않아도 괜찮은, 밖에서 나를 증명받지 못해도 변치 않을 거라 믿어지는 일상을 만드는 일이었다. 요즘의 나는 적당한 책임감을 가지며 일하되 너무 무리해서 잘하려 하지 않고, 적당히 내가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산책하고, 이웃을 만나는 일상에 뿌리내리고 있다. 이런 매일 덕분에 자꾸만 다른 것에 기웃거리고 싶던 마음이 간결해졌다. 남의 삶을 덜 부러워하게 됐고, 누가 뭘 배우는지, 어떤 것을 읽는지, 늘 미어캣처럼 살피던 시선이 둔감해졌다. 불안이 줄고, 불안해서 하던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어드니 경제적 걱정도 막연했던 크기에서 손에 잡히는크기 정도로 줄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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