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속 봄을 기다리는 나목
소설에서 옥희도의 존재는 예술을 상징합니다. 황태수는 일상적 삶,
죠오는 그로부터의 일탈과 탈출을 뜻하지요. 결국 황태수와 결혼해 중산층의 질서에 편입되어가는 자신의 현실을 복잡한 심경으로 들여다보던 이경은 옥희도의 그림을 보고 ‘나목은 봄을 기다리는 나무였다‘
고 깨닫게 됩니다. 박완서는 일상적 삶이냐 탈출이냐의 고민 속에서 결국 삶의 지향태가 예술임을 넌지시 밝히고 있습니다. 전쟁의 황폐함 속에서 PX부와 계동을 왔다 갔다 하는 여성을 통해, 예술만이 속물적이고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진정으로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다는 주제를들려준 것이지요.
박완서는 일상성에서 예술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상성을 넘어서는 예술의 끝없는 가능성을 보았지요. 그러나 결국 작가가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생존, 생계, 일상성이라고 할 것입니다. 비록이야기꾼으로서 서사문학에서 나름의 한계를 가지지만, 삶의 지혜, 근면, 성실과 같은 가치로 대표되는 문학관으로 인해 박완서는 한국문학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 P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