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람, 자동차 - 6인 6색 여자들의 드라이브 에세이
고선영 외 지음 / 새벽감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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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쓰다보니 이런 생각에까지 미친다. 내가 흠뻑 빠진 건 ‘운전을 하게 된 나‘ 보다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일을 예상외로 잘 해내는 나‘ 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내 가능성은 우주만큼 큰데 내가 너무 몰라주고 있는 건 아닌지

이 두 가지 생각. 나는 차가 빵빵거리기만 해도 등록기에 식은땀이 흐르던 아이였다. 게다가 심각한 길치라서평생 운전을 못 하리라 생각해왔다. 그런 내가 지금은 하루 8시간도 운전한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을 기준으로 어제도 나는 서울-대구 왕복 8시간 운전을 했다) 때때로 내가 생각하는 ‘나‘와 ‘실제의 나‘가 같은 사람일까 생각한다. 내가 보는 ‘나‘는 ‘너무 작고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 나‘
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너무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같다. 그렇지만 사실이다. 내가 운전을 좋아하게 될 거라는 건 정말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운전을 하는,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핸들을 한 손으로 잡고 능숙하다 못해 좀 지루한 듯이 운전하고 있는 나를 보는 일이 아직도 낯설다. 대견하다.
간혹 이런 상상을 한다. 어느날 문득 내가 운전하는방법을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하고 말이다. 너무나 자신이 대견해서 드는 생각이다. 운전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때때로 자신에게 감탄한다. 여자들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 아들 낳은 거, 우리 딸 낳은 거."라는 답을 꽤 들어봤는데 그것과 비슷한 무게감이지 않을까?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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