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
이현호 지음 / 시간의흐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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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허용했지만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 기형도, 『흔해빠진 독서」(『입 속의 검은 잎』)에서
내 방의 한쪽 벽면은 책장으로 덮여 있고, 거기에는 이런저런 책들이빼곡하다. 세로로 나란히 서 있는 책등에는 위패처럼 죽은 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책이 위패라면 그들의 목소리로 웅성거리는 책장은사당(堂)이고, 내 방은 온갖 귀신을 모시는 만신전(萬神殿), 언제든 죽은 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유령의 집, 오랫동안 방에 혼자 있는 쓸쓸한 사람에게는 유령의 목소리도 기껍다.
나는 죽은 자들에게 아무것도 주장할 수 없다. 오로지 들을 수있을 뿐。 죽은 자들 또한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품는 생각을 알길이 없다. 나는 이 일방통행이 마음에 든다.  - P78

. 나는 고독만큼 함께 있기 좋은 친구를알지 못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과 어울린다.
고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 틈에 있을 때도 혼자 있을도 나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것은 고독이다. 내게 우울증은 대인관계보다는 고독감이 부족한 데서 생겨난다.
인간관계나 친구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스스로 사교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가장 즐겁게 또 공들여서 사귀는 이는 고독이다. 나는 내 자신과 나눌 이야기가 너무 많다.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매일 샘솟는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도 나 자신과 술을 마실 때 더 많이 취한다. 내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고독은 언제나곁을 지켜준다. 고독은 충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친구다.
내게 고독은 평온과 동의어다. 방에 있는 동안 나는 그 어느곳에 머무를 때보다 많은 고독을 맞이한다.
그래서 나는 쓴다. 글쓰기는 방을 벗어나지 않고도,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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