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한 에세이에서 김하나 작가는 『빅토리 노트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평생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근사하며, 내 생일을 두고두고 자축할 수 있는 단단한 근거" 라고.
사랑받은 기억이 우리를 살아가게 합니다. 그건 아무리 시간이 흐른대도 달라지지 않는 진실이에요.
지금의 내가 무사히 생을 살아내고 있다면, 그건 기억나지않는 최초의 시간들, 먹고 자고 싸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나를 누군가가 정성으로 기르고 보살폈다는 것입니다. 저는가끔 그 시간이 놀라워요.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이내 바로 서곤 하는데, 사람은 제 발로 서기까지 꼬박 6개월이 걸린다니 어째서 그렇게 더딘 걸까요! 그런데 그 시간을 인내와 애정으로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니.
다 자란 우리가 혼자 있는 시간의 고독을 잘 견디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건 언젠가 내가 나여도 충분하며, 노력하거나 변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걸 가르쳐준 친구나 연인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준 마음은 그렇게 힘이 강합니다. 시간은 흘러도 마음은 남아 우리를 지켜주니까요.
한 사람을 살게 하는 기록이라니,
저도 언젠가는 그런 기록을 꼭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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