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각 끄기 연습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올가 메킹 지음, 이지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7월
평점 : 
나는 심심하다는 말이 잘 이해 안 가는 사람이다.
어떻게 사람이 심심할 수 있지? 시간이 없다는 말은 이해가 간다. 나는 잘 못 일어나서 그렇지 일어나서 잠들기 직전까지 바쁘고 할 일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보고 싶은 책, 영화, 만화도 너무 많아서 리스트를 적어놓고, 서점 위시리스트는 항상 꽉 차있다. 이틀의 쉬는 날은 집에 붙어있지 않고 언제나 풀 스케줄에 일할 때 보다 더 돌아다니다가 다시 일을 간다. 코로나 이전에는 7시에 상영하는 영화를 회사 근처 영화관에서 보고 출근하기도 했다. 출근이 약간 늦은 일을 하기에 가능했지만 심야영화도 자주 보러 가고 일이 끝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다 집에 가기도 했다. 이게 쉬는 거라고 생각했다. 일을 안 하면 그냥 쉬는 거라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핸드폰으로 모든 일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전자책과 오디오북 넷플릭스 등 영화관과 도서관에 가는 수고까지 덜자 더 여유 있어지기 보다 더 바빠졌다.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기도 하고 드라마나 영화도 수십 편씩 봤다. 나의 쉼이란 그냥 일을 하지 않는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나이 들었다는 생각과 함께 지쳐가고 있었다. 잠도 잘 못 자고 있고 예전만큼 책이나 영화 등이 감동적으로 다가오지도 않았다. 너무 많은 것들을 너무 비슷한 것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내가 나이가 들어서 모든 게 식상해진 걸까? 좋아하는 가수의 새로운 곡이 나와도 예전만큼 두근거리지 않아서 놀란 적이 있다. 이것에 대해서 나는 나이 드는 징조라며 서글퍼했다.
항상 동시다발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게 일상이 된 나에게 제목을 본 순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책이 바로 오늘 서평 할 책 생각 끄기 연습이다. 부제로 나와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마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쯤 갑자기 더 바빠졌다. 코로나로 4단계 방역이 시작되고 협업 시간과 업무가 줄어들면서 일하는 사람이 같이 줄게 되면서 남은 이들은 더 오랜 시간 일을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로 피로해졌다. 더욱더 쉼이 절실해져 쉬는 날에는 더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손꼽고 있던 나에게 책은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책은 닉센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닉센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책을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닉센에 대한 이해를 총 6가지 챕터를 읽으면서 점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쉬는 게 쉬는 게 아닌지 쉼이란 무엇인지 왜 제대로 쉬어야 하는지 제대로 쉬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또 한 저자는 친절하게도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어떻게 쉬어야 할지 친절한 예도 들어주며 쉼, 닉센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이런 것들을 통해서 쉬지만 쉴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낙심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소소한 팁까지 남긴다.
한 챕터 챕터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곳에, 내 이야기 같은 부분들에 책갈피로 체크를 해두었다. 금세 책 반 이상이 책갈피로 빼곡해진다. 저자는 기혼인 여성이며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해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고 바쁠 그녀의 삶이 묻어나는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뿐만 아니라 모두의 사는 삶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당연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한다. 늘 바쁜 것이 익숙한 상태, 모든 사람들이 바빠 나만 다른게 아닌 상태 이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삶을 밖에서 같이 돌아보며 뭔가 아쉬운 게 없는지 물어보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책이다.
닉센이란 단어는 네덜란드어이다. 이 단어는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거의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작가는 닉센이란 것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네덜란드인들의 삶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우리가 착각하고 있을 법한 마음 챙기기 독서 같은 게 아니라고 1챕터에서 다룬다. 나도 처음에 표지와 머리글에서 보았던 것들로 짐작했던 것들이 아니라고 깨부숨을 당한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느끼고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인식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포함해 인상적인 닉센적응기를 1,2챕터에서 거치면 작가는 3챕터에서는 닉센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나타날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1챕터와 2챕터를 통해 진짜 닉센이 왜 중요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이번 장에서 그것으로 인한 긍정적 변화에 대해 듣게 되면 나도 닉센을 하고 싶어진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야지만 나도 무언가 달라질 것 같고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4챕터에서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소소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저자는 닉센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어떤 것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몇은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유치원 때부터 학원을 뺑뺑 돌아오며 살아온 한국인이 한국아이들이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약간 동화 같은 예시들도 있지만 순응하며 읽다 보면 내가 할 수 있을 법한 한두 가지를 정할 수 있다. 저자가 매 챕터 마지막에 묻는 3가지 정도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아가다 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닉센의 방향이 슬슬 잡혀간다. 5챕터에서 저자는 행복이 멀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닉센과 행복이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연장선이자 결국 추구하는 것이 이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선 나는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와 일과 복지에 대한 개념이 부러웠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환경과 여유로운 삶,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기대가 있어 보이는 삶이, 항상 뭔가 서양에 대한 로망 같은 것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 같았다. 확실히 한국의 문화와 정치적 상황 등이 다름이 느껴지는 장이기도 했다. 사고방식도 눈에 띄게 다름이 느껴졌다. 폴란드에서 네덜란드에 간 사람의 눈에 네덜란드가 신기하듯 한국에서 이 글을 읽는 나도 다른 독자들도 부럽고 신기하고 조금 허탈하기도 하지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동시에 느껴지는 기분이 들게 한다. 부러우면서 앞으로 우리 주변도 이렇게 변화해야 하지 않나 나만 바뀐다고 될 게 아닌 부분도 보이는데 여성인권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생각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는 이 닉센이라는 것이 이렇게 좋지만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든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건 아님을 인정한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직장의 분위기가 다르며 처한 위치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것들의 목적이 결국은 삶의 행복 추구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강요하지 않고 보여주고 이런 삶이 있다고 이렇게 쉬면 이런 혜택이 있다고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고 좋았다. 특히 초반에 우리가 쉬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던 부분으로 인해 그동안 쉰다고 했던 행동들로 인해 쉼이 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게 좋았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닉센을 당장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나에게도 죄책감이나 불안보다 내 삶에 쉼이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조바심보단 천천히 나도 변할 수 있을 거라는 어려운 것도 아닌데 오늘부터 해보자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라서 의의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책을 통해 내가 제대로 쉬고 있지 않는 걸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닉센이라 불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통해 풀가동 중인 내 뇌에 휴식을 줄 수 있음을 인지했다. 물론 내 뇌는 그 닉센의 시간에도 열 일을 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애플 제품을 쓴다. 평소에 정말 손에 붙어있는 것처럼 하루 종일 손에 붙이고 있지만 조금 앱이 버벅댈 때는 완전히 종료를 하고 잠깐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켜준다. 그러면 아까의 버벅임이 신기하게 풀려있을 때가 있다. 이게 바로 닉센의 효과 같은 게 아닐까? 더 오래 더 효율적으로 더 빠르게 다른 일을 수행하기 위한 잠깐의 내려놓음 그 닉센을 이해하고 실천방법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의 상황과 생각과 직업이 다르기에 모두 다른 닉센을 가지게 되겠지만 저자의 질문에 답하다 보면 나의 닉센의 방향이 잡힌다. 꼭 닉센이라고 부르지 않더라도 모두가 자신의 리부팅 타임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지금보다 게을러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정신이 지루해질 대로 지루해져서 스스로 자극을 찾도록 내버려 둬야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