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처럼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폭주열차처럼 성장을 통한 변화를 이루며 달려왔다. 성장을 통해 인류는 더 이상 굶주리지 않게 됐으며 더 오래살고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맞이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알다시피 과거보다 훨씬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발전의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요소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환경오염, 기후변화, 전염병, 불평등, 양극화 등등 그런면에서 본다면 슬로다운은 긍정적인 현상이며 슬로다운하지 않는 다면 우리는 오히려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류는 실질적으로 슬로다운하고 있는가?
저자는 수년간 이루어진 통계를 모은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시간선 그래프를 통해 사회 전반의 슬로다운 현상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모든 분야에서 슬로다운이 일어나고 있지만 지구 온도만큼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결과다. 저자는 시간선 그래프를 통해 지나온 시기동안 글로벌 온도가 어떠한 변화를 거쳐가며 상승했는지 잘 설명해 준다. 어쩌면 과거의 시간동안 기온 상승의 기회를 놓친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출산율을 다룬 부분에서 한국의 사례는 흥미로웠지만 2016년 이후 경제 위기때와 맞먹는 감소 속도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책 말미에 수록된 저자와의 인터뷰 [ 펜데믹 이후의 한국. 그리고 세계 ]에서 한국의 '재앙'적인 인구 감소에 대한 옮긴이의 질문에 저자는 한국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 해소 정책을 통해 한국 성인들이' 부모가 될 권리가 있고 그럴 만한 자원이 충분하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지만 실제로 해결될 길은 요원해 보인다.
이 책을 쓴 저자 대니 돌링은 영국의 저명한 학자로 저자는 인구학, 통계학, 역학, 수학까지 두루 섭렵한 옥스퍼드 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다. 개인적으로 [ 슬로다운 ]이 미래를 예견하는 새로운 이론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으나 지난 1,2세기의 빡빡한 통계를 기반으로 한 이 분석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더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평화로운 세상이 다가옴을' 자료를 기반으로 유추한 신뢰할 수 있는 이론은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