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이지환 지음 / 부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부터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던 나는 위인전을 즐겨 읽었다. 위인전 속의 위인들은 한결같이 똑똑하고 신념과 의지가 남달라 어떠한 역경에도 끝내 자신의 업적을 이루곤 했다. 반면 교훈을 주기 위한 설정일까? 위인전 속의 위인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성정을 가진 말 그대로 위인전 속 위대한 인물들이었다. 구경하길 좋아하는 나는 그들의 삶을 구경하듯 넘겨봤고 그걸로 더 이상 귀감은 없었다. 어릴 적 위인전을 읽던 버릇이 남아선지 요즈음도 인물사를 다룬 책이나 평전을 즐겨 읽는다.

제목마저 독특한 이 책 [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는 제목만 얼핏 들어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책 표지에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 라는 문구가 힌트다. 아니나다를까 이 책을 쓴 저자는 의사다. 현재 건국대학교 정형외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현직의사이며 [ 조선왕조 실록 ]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증세를 통해 강직성 척주염을 추측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써서 학게에서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 본문 지은이 소개 중에서 )

너무나도 흥미로운 접근법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탐정 셜록 홈즈를 만들어낸 작가 코넌 도일도 의사였다는 근거를 대며 마치 탐정처럼 역사 속의 인물들 - 세종대왕, 건축가 가우디, 소설가 도스토옙스키, 모차르트, 니체, 마리퀴리, 모네, 로트레크, 프리다 칼로, 밥 말리 까지 열 명의 위인들의 삶과 그들이 이루어낸 업적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병증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의학적 자료를 통해 진단하고 소회를 꼼꼼히 들려준다. 현직의사가 글도 이렇게 잘 쓰면 반칙아닌가? 하는 질투어린 생각이 들만큼 재밌고 글의 발상또한 독특하다.


가우디는 독특한 발상으로 교수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학장은 가우디에게 졸업장을 주며 말했다. "건축가 타이틀을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멍청이에게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 시간이 평가할 일이다" 이 말을 들은 가우디는 유쾌한 톤으로 친구에게 말했다. "이봐 그래도 학장이 방금 나를 '건축가'라고 했다고!"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중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로병사를 피해 갈 수 없다. 그것이 비록 위대한 인물이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익히 알고 있던 인물들의 천재성과 그들이 만들어낸 수 많은 작품 혹은 인류에 기여한 업적만을 부각해서 접해 왔다면 이 책은 그런 편견과 의도를 비틀어 삶의 이면을 보게 한다. 특히 그들이 살았던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족히 백년에서 수백년까지 꼽을 수 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치료하고도 남았을 병증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의료기술로는 도저히 치료하지 못해 일찍 삶을 마감하거나 아니면 병을 안고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와중에도 자신의 몫을 다했던 위인들의 삶은 감동이었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교통사고까지 당하는 바람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그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며 고통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 방사선을 통해 암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지만 결국 자신도 백혈병으로 죽어간 마리 퀴리, 레게 음악으로 자메이카의 혁명을 외쳤지만 피부암으로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어간 밥 말리등은 평소 자세히 알지 못한 이야기여서인지 부쩍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책 [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는 저자의 의학적 지식과 방대한 자료 조사, 더불어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과 명쾌한 글솜씨가 어우려진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안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의 삶을 재조명해보는 좋은 기회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