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던 나는 위인전을 즐겨 읽었다. 위인전 속의 위인들은 한결같이 똑똑하고 신념과 의지가 남달라 어떠한 역경에도 끝내 자신의 업적을 이루곤 했다. 반면 교훈을 주기 위한 설정일까? 위인전 속의 위인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성정을 가진 말 그대로 위인전 속 위대한 인물들이었다. 구경하길 좋아하는 나는 그들의 삶을 구경하듯 넘겨봤고 그걸로 더 이상 귀감은 없었다. 어릴 적 위인전을 읽던 버릇이 남아선지 요즈음도 인물사를 다룬 책이나 평전을 즐겨 읽는다.
제목마저 독특한 이 책 [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는 제목만 얼핏 들어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책 표지에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 라는 문구가 힌트다. 아니나다를까 이 책을 쓴 저자는 의사다. 현재 건국대학교 정형외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현직의사이며 [ 조선왕조 실록 ]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증세를 통해 강직성 척주염을 추측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써서 학게에서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 본문 지은이 소개 중에서 )
너무나도 흥미로운 접근법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탐정 셜록 홈즈를 만들어낸 작가 코넌 도일도 의사였다는 근거를 대며 마치 탐정처럼 역사 속의 인물들 - 세종대왕, 건축가 가우디, 소설가 도스토옙스키, 모차르트, 니체, 마리퀴리, 모네, 로트레크, 프리다 칼로, 밥 말리 까지 열 명의 위인들의 삶과 그들이 이루어낸 업적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병증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의학적 자료를 통해 진단하고 소회를 꼼꼼히 들려준다. 현직의사가 글도 이렇게 잘 쓰면 반칙아닌가? 하는 질투어린 생각이 들만큼 재밌고 글의 발상또한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