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건강하기 위해 애쓴다. 건강하기 위해 영양제를 사 모으고 건강식품을 사 먹는다. 나이가 들어선가 지인을 만나도 건강이슈만큼 중요한 화제가 없다. 모두들 건강하기 애쓰는 건강제일 주의 나라에 살아서일까? 어느새 아픈 것은 치부이며 아프면 도태되고 외로워진다. 말 그대로 아픈것도 서러운데 주위 시선이 더 서러운 시대다.
이 책 [ 질병과 함께 춤을 ]은 대한민국에서 질병을 가지고 살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사회 활동을 하기에도 버거울 정도의 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소위 건강 중심 사회의 잣대는 질병에 대한 고통과는 다른 새로운 고통으로 다가온다.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몸관리를 못 했거나 소홀히 다뤘을 거라는 편견, 아픈 몸을 가지고 살아가며 정상인의 범주에 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던 그들에게 아픈 몸은 인생에서 짊어지고 가야할 무거운 형벌같은 것이었다. 그러면서 고립되고 칩거하며 삶을 연명하고 급기야는 생을 마감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던 그녀들에게 사회단체 다른 몸들은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로써 세상밖으로 나와 자신의 병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질병과 함께 춤을 추는 삶으로의 획기적인 진보를 기획한다.
이 책에 글을 쓰고 있는 네 명의 여성은 각각 다르지만 쉽지 않은 병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이 앓고 있는 병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질병이며 병이 주는 고통은 삶을 옥죌 정도로 중하다. 그럼에도 먹고 살며 정상인의 잣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현실은 가혹하다. 그들은 여성이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성소수자이거나 질병이 있는 소수자의 영역에 교차 포함되고 있지만 소수자의 인권이 확립되지 않는 사회에서 그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결국 사회활동을 포기하고 고립되거나 스스로를 자학하는 수순을 밟는 소수자이자 질병인인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병권'이다. 그러므로 질병과 함께 살며 '질병서사'에 대한 목소리를 내도록 돕는 기획은 신선하다. 이 책은 질병인으로 살며 인권 확립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그들이 환자의 입장에서 살다가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치유자의 삶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삶, 자신의 아픔을 녹여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세상은 희망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