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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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지 ' 이 분은 내 어머니이시다' 라는 생각 외에는 다른 모든 것을 망각하며 지냈던 순간들이었다. 어머니는 더 이상 오래전 내 삶의 저편에서부터 이제까지 내가 알아왔던 여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참담한 모습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당신 본래의 목소리와 몸짓, 웃음을 발견할 때면 그 어느 때보다도 나의 어머니임을 실감했다' -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작가의 말 중에서


중증 질환을 앓고 있다면 거의 마찬가지겠지만 치매만큼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의 고통이 가중되는 병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인 아니 에르노의 소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일기 형식의 소설이다. 소설 속의 화자 ( 작가 자신 ) 의 어머니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갑작스레 치매 증상이 시작되고 증상이 심해지자 화자는 함께 살던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신다. 그리고 일요일마다 어머니를 찾아가 보살피며 과거의 어머니를 떠올리고 피페해져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메모 형식으로 꼬박꼬박 기록한다. 그 기록속에는 자신의 전부이기도 했으며 한 때는 건강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삶을 살아내고 이끌어간 젊은 엄마가 들어있다. 모두 작가의 기억속에 살아있는 엄마의 모습이지만 엄마는 그렇게 딸인 작가와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깊은 연결고리를 가진다. 소설이 진행되며 함께 가중되는 병에 대한 묘사는 너무도 생생하다. 치매 환자의 묘사를 읽으며 마음 아프게도 나의 친정엄마가 오버랩 되는 건 왜일까? 아직은 건강하지만 늙어가는 엄마의 모습이 상상이 되서 소설을 읽는것이 쉽지 않았다.

아니 에르노는 1940년생 작가로 오히려 작가의 나이가 나의 어머니 연배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1984년으로 작가의 어머니가 77세의 나이로 요양원에 들어가고 돌아가실 때까지 2년 이상 그 곳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쓰고 있다. 프랑스라지만 80년대라서 그런지 요양원의 시설과 함께 지내는 치매 노인들 ( 정신질환 ) 의 수용환경은 엉망이었다. 그 시절만 해도 노인복지에 대한 제도화가 잘 되있지 않았을 성 싶다. 아니에르노의 소설은 [ 한 여자 ]와 [ 남자의 자리 ]를 읽었었다. 아버지에 대한 자전적 소설이 [ 남자의 자리 ] 라면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소설이 [ 한 여자 ] 다. 작가의 말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실 즈음 쓰고 있다는 [ 어떤 여자 ] 가 [ 한 여자 ]가 아닐까 싶다.


내가 열여덟 살 때 지녔던 어머니에 대한 그 엄청난 사랑을 기억한다. 어머니는 내게 있어 절대적인 은신처의 상징이었고 나는 어머니에게 한없는 사랑을 요구하는 병적인 기아증 환자였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중에서


작가는 노쇠하고 병든 어머니의 모습에서 미래의 자신을 본다. 작가는 엄마의 분신처럼 자기 자신을 바라보지만 점점 병들어 가며 대소변은 물론 딸 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감정적 고백은 나의 폐부를 깊이 찌르는 슬픔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노쇠하고 누구나 죽지만, 가족도 앓아보지 못하고 결국엔 먹는 것조차 잃어버린다는 치매만은 피해가고 싶다. 소설을 통해 그 비참한 말로를 글로 지켜 봐서 일까? 어머니가 정신이 온전할 당시 마지막으로 썼던 한 줄 '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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