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전쟁을 거듭하며 발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가지고도 살아남은 (?) 건축물들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투쟁의 역사와 전쟁의 참상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책 [ 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 ]는 '에펠탑에서 콜로세움까지' 라는 부제답게 유럽 -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까지 유럽 전쟁사와 1,2차 세계대전까지를 주로 다루며 이 천여 년의 시간동안 전쟁의 흐름 속에서 공고히 살아남은 건축물등을 통해 유럽사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 전쟁은 파괴와 창조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건축물을 하나의 유기물로 보는 것이 아닌 '생존자'라는 인격체와도 같은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쓴 저자 이 상미는 프랑스에서 서양예술사와 고고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문화재 감정과 문화재를 알려주는 전문가다. 이 책은 프랑스의 에펠탑에서 시작한다. 자유의 여신상을 설계한 귀스타브 에펠의 이름에서 따 온 에펠탑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를 점령한 히틀러가 에펠탑 앞에서 찍은 사진은 사진 한 장에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또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예술품인 루브르 박물관이나 노트르담 대성당 콩코르드 광장 등의 주요 건물을 불태우지 않은 독일사령관 콜티츠의 결단은 상징적이다.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키려는 신념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유럽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은 같은 유럽에 위치하며 수 차례에 걸쳐 전쟁을 하면서도 서로 닮아가는 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비슷한 예술적 취향과 문화를 가지고 있고 예술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수준 또한 매우 닮아있다.
기원전후 중세를 지나 근현대로 오는 동안에도 서로간의 부침이 많았던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을 만든 왕조 국가들의 흐름과 근 현대사로 넘어오며 발발한 세계전쟁등 이들의 전쟁의 역사는 장구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노선이라는 말의 유래가 되었던 프랑스의 요새나 - 지금은 와인 저장고나 버섯 농장으로 개조되었다고 하는 - 전쟁을 통해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아픔을 고스란히 표현해 낸 건축물이 놓여있는 독일의 노이헤 바헤나 그리고 드레스덴 시민들에 의해 복원된 건축물인 드레스덴 성모교회 특히 전 세계적으로 모금을 벌이고 폐허가 된 잔해 속에서 간직했던 벽돌로 재건한 드레스덴 성모교회는 전쟁의 참상을 잊지 않고 평화를 지키려는 유럽인들의 바램과 소망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건축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