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유영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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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한 십년 전 만해도 일본과 한국은 대략 16년 정도 격차가 난다고 알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10년 20년도 아니고 16년은 무슨 수치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 기억의 오차에서 나온 숫자일 수도 있지만 중년을 바라보는 내 세대 정도라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또한 마이마이 세대인 내가 청소년 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이와와 소니보다 지금의 삼성이 세계적으로 더 먹어 준다는 걸 깨닫은 건 얼마돼지 않았으니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의 제목 [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은 곧 나의 착각일 수 도 있다. 반면 돌아보면 2016년 정도부터 간간히 나오기 시작한 단어들 일본 중산층의 붕괴, 잃어버린 20년, 노후 파산, 사토리 세대 등의 주제가 담긴 책들이 국내에도 발간되기 시작하며 일본의 선진국이라는 견고함에 금이 간 시점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2011년 동 일본 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미비한 대책과 연임하는 극우 성향의 아베정권, 결정적으로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며 일본에 대한 한국민의 뇌리에 잠재되어 있는 식민지 트라우마는 이제 좀 벗어던질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를 지나오며 헬조선에 분개하던 시절이라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돌아보니 일본 사회의 균열은 이미 일어나고 있던 현상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며 따라잡으려 애를 썼던 일본의 맨 얼굴을 밝혀주는 책이다. 저자는 전쟁 패전이후 연합군과 미국의 주도로 강제로 주입된 아시아 최초의 선진적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며 효율적인 관료주의와 한국전쟁 특수와 일본 특유의 근면함을 바탕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일본이었지만 이젠 더이상 과거의 일등국가도 선진국도 아니라고 쓰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전근대적인 사법체계, 허술한 복지, 약한 시민사회, 권위적인 관료주의, 회사사회의 붕괴, 안전하고 흥행히 보장된 같은 컨텐츠만을 반복 생산하는 문화등 일본 사회를 전방위에 걸쳐 진단하며 소위 갈라파고스 신드롬을 앓고 있는 일본을 진단한다. 챕터 마다 현재의 일본의 여러 현상을 진단하며 드러나는 현상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근현대사의 기원에 대한 꼼꼼한 자료를 함께 싣고 있어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을 쓴 저자 유 영수는 일본을 고발하는 한국인의 감정적 우월감이 아닌 도쿄 특파원으로서 경험한 일본 사회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심층적 취재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책 말미에 실린 방대한 참고 자료가 이를 방증한다.

이 책 [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을 읽으면 일본의 현 시점만이 아닌 우리의 수준도 함께 감지할 수 있다. 일본의 현상을 읽으며 끊임없이 묻게 되는 우리의 현실과 자기 성찰은 그 만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한일 관계의 면모를 알수 있는 지점이다. 이제 우리는 한일전에 목숨을 걸 필요가 없다.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색을 걷어들이고 이제 더 큰 미래와 비전을 가지고 나아갈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일본 사회의 오류를 철저히 검증해야 할 필요성도 느꼈다. 일본의 실패가 곧 우리의 성공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 책은 일본이라는 잣대를 통해 우리의 현재를 인식하게 책이었다.


우리를 이해하려면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인정하든 하지 않든 일본은 우리를 구성하는 커다란 조각 중 하나다. 기분 나쁘다고 무시하면 우리는 영영 '정체성의 퍼즐'을 제대로 맞출 수 없다. 여전히 우리 곳곳에 묻힌 유골과도 같은 진실을 캐어 드러내고 깨끗하게 털어내야 한다. 일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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