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언어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리치료사가 쓴 회복과 치유의 기록
사샤 베이츠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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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인터넷 포털 서비스를 도배하던 한강 실종자 고 손 정민 군의 뉴스를 접하며 죽음에 대한 예의와 애도에 대한 다른 생각을 했었다. 개인적으로 일단 고인의 죽음의 원인은 차치하고 당연히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손 군의 아버지의 애도 방식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있다지만 ( 이것도 너무 이슈화 되고 나니 일일히 들여다 볼 의욕마저 져버리게 한 결과가 되었다 ) 이 사안은 법적인 판단과 현실적 정황을 떠나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할 때 어떠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옳은 방식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 사건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어쩌면 손 군의 아버지는 애도 단계중 '분노'에만 머물려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 상실, 애도 모두 무겁고 가슴아픈 단어이자 정면에서 바라보기 힘든 단어들이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겪는 것은 너무나도 큰 간극이어서 이런 상황을 머리로 인지하고 다 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무거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실의 아픔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오로지 유족의 몫이라는 건 안타깝지만 비극적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상실을 온전히 껴안고 묵묵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충분히 애도의 기간을 감당해 낸 저자의 글들이 감동적인 이유이며 그래서 이 책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온 책이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나는 사실상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상실의 언어 중에서


자신의 온전한 반쪽이었던 저자의 남편은 어느 날 아침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진다. 응급실로 옮겨간 그녀의 남편 빌의 병명은 ' 대동맥 박리' 빌의 몸 상태는 대동맥이 터지면서 쏟아진 혈전이 이미 혈관을 타고 뇌의 회로를 막은 상태였다. 쓰러진 지 며칠 만에 갑자기 남편과 사별하게 된 저자는 그 충격과 고통의 실날들을 고스란히 이 책 [ 상실의 언어 ] 속에 담고 있다. 이 책에는 제목그대로 상실의 언어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절절한 감정의 토로가 아닌 죽음학의 대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애도 5단계에 입각하여 철저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본 기록이며 그 기록들을 통해 저자 스스로 애도의 단계로 한발 씩 나아간다. 실제로 심리치료사이자 트라우마 자기 통제자라는 직업인답게 자신의 아픔과 사별을 맞이한 심리적 기제를 이토록 철저하게 글로 옮겨 놓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마치 의사가 자신의 몸으로 임상 실험을 하듯 그녀의 글 속에는 사별 이후 일년이라는 시간동안 사람이라면 겪을 수 있는 무수한 감정의 고리들과 그로 부터 벗어나는 방법 (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 ) 까지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은 여러 모로 나의 수많은 자아에 귀 기울여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각각의 자아가 자신의 사연과 비극을 헤쳐나갈 다양하고 때로는 모순적인 방법을 이야기하게 하고, 그들 나름의 근거를 해석하려고 시도하며, 어떻게 해야 무대 위의 시간이 그들에게 생산적이고 공정하며 보람 있을지 탐구하기 위한 것이다

상실의 언어 중에서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그 고통의 질은 누구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반면 살아가는 동안 맞딱뜨려야 죽음과 상실앞에서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고 그 고통의 강을 건넘으로서 우리는 성장한다. 지금도 그 고통의 강을 건너고 있을 이들에게 위로와 치유가 언어가 될 책 [ 상실의 언어] 는 내게도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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