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서 읽은 지 얼마 안돼 이 문장을 만났을 때부터 책에 대한 신뢰가 급 생겼다. 한장 한장 아껴읽는 맘으로 읽어내려간, 오랫만에 재밌게 읽은 에세이집이다. 작가의 글을 한줄한줄 읽어가며 글을 어떻게 이렇게 맛깔스럽게 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 욕심이 발동하면서 작가가 한 없이 부럽다가도 그건 모두 사소한 일상을 꼼꼼히 기록하는 기록의 힘과 관찰의 미학이 나은 결정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만큼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글을 못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글을 쓰지 않는 탓이다.
이 책 표지 뒷면에 씌여진 간략한 리뷰 중 공감가는 문장을 발견했다. ' 그녀가 관찰한 삶의 조각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입을 막고 쿡쿡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문 보영 시인이 쓴 감상글이 딱 내 마음이었다. 나는 이 책을 잠자기 전 이부자리에서 주로 읽었는 데 나도 모르게 큭큭 대서 옆 지기에게 한마디 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