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전사, 마법사, 연인 - 어른이 되지 못한 남성들을 위한 심리 수업
로버트 무어.더글러스 질레트 지음, 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 경이 만든 유니버셜 타로 카드 중 메이저 카드 22장에는 황제, 전차, 마법사, 연인 카드가 들어있다. 이 카드들이 의미하는 키워드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책 [ 왕, 전사, 마법사, 연인 ] 에서 말하는 심리적 원형들의 기제와 맞닿아 있어 흥미로웠다. 타로카드와 점성학을 공부하며 희랍신화와 칼 융의 분석심리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영역을 넓혀 가는 중이었는 데 마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남성이 가진 본능적인 원형들을 왕과 전사 마법사 연인으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심리학에 관심이 없다면 제목 만으로는 도통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지 유추하기 어렵다. 하지만 부제 속에 그 해답이 들어있다. '어른이 되지 못한 남성들을 위한 심리 수업 ' 부제의 문구안에 내포된 여러 의미들, 다시말해 왕, 전사, 마법사 와 연인이 가진 위대하고 숭고한 성향을 갖지 못한 체 일그러지고 구부러진 그림자 원형으로 살아가는 세상의 남자들의 비뚤어진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왕과 전사 마법사 연인의 원형에는 남자의 기본적인 속성들이 모두 들어있다. 어떤 사람은 왕의 고유하고 숭고한 원형을 개발하고 드러내어 존경을 받고 있는가 하면 어떤이는 왕의 속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자라지 못한 미숙하고 왜곡된 기제를 써서 아랫사람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본문의 표현대로 폭군이며 나약한 사람들을 우리는 현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중역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훌륭한 관리자가 되는 것 보다 자시의 경력을 쌓는 데 더 정성을 기울인다. 회사에 대한 헌신이나 충성은 없고 오직 자신이 이득만이 중요하다.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회사를 타는 CEO는 회사가 조각조각 분해되어 팔리고 자신의 친구와 충성스러운 직원들이 쓸모없는 짐짝 취급을 받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왕, 전사, 마법사, 연인 중에서

전형적인 왕의 그림자 원형을 쓰는 남성들이다. 왕 뿐만 아니라 전사 마법사 연인의 성향을 가진 남성들도 성숙기에 들지 못한 체 소년기에 머물며 소년기의 심리학 기제인 아기 의자 폭군으로 잘난 척하는 사기꾼으로 혹은 과시형 협박꾼으로 머물며 자라지 않는다. 성숙한 어른이 되어 세상에 자신의 찬란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남성들의 심리적 기제 안에 자리잡은 여러 방해요인을 통한 내면의 프로세스는 자뭇 흥미롭다. 이 책은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칼 융을 계승하는 정신분석학파의 대표 학자인 로버트 무어와 신화학자이자 미술가인 더글러스 질레트의 공저작이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는 신화와 기독교적 비유와 상징, 영지주의나 유대교 신비주의에 대한 비유들이 가득하다. 더불어 주제에 걸맞는 정신 분석적 상담 사례도 챕터마다 싣고 있어 심리학을 지배하는 영성을 함께 읽어낼 수 있다.

남성이라는 고유한 성이 가진 그 신비롭고 위대한 힘들이 세상에 펼쳐지지 않는 다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지나 온 역사만을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역사 속 인물 중에서 체 자라지 않은 미숙함으로 권력을 휘두르며 많은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린 폭군들을 기억한다. 또한 현대사회에서의 성숙한 남성의 역할은 중요하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이탈한 체 남성성의 왜곡된 기제를 통한 성 대결이라는 불필요한 소모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고유하면서도 위대한 성의 본질을 이해하고 성숙한 남성성을 개발해 나가는 것은 인류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소년이 아닌 남성으로 확장되고 성장해가는 심리적 지도안인 이 책은 성을 떠나 인간이라면 한 번 쯤 읽어 봐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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