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년 째 책 읽고 글을 쓰는 내 블로그에는 ' 꼭 남겨야 하는 다섯 단락'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말 그대로 책을 읽다가 남기고 싶은 단락을 다섯 개 정도 추려서 적어 모아 놓은 글들이다. 2013년 부터 시작 해 지금까지 읽은 책이 천 여권이 넘어가지만 생각해 보면 다섯 단락을 꼬박꼬박 적던 그때가 가장 열정적으로 독서를 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 책 [ 책 읽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곳] 이라는 책은 일본 메이지 대학교 문학부 교수이자 지식인이며 독서가로 유명한 사이토 다카시가 쓴 책이다. 사이토 다카시의 전작을 읽은 기억이 있어 찾아보니 [ 2000자를 쓰는 힘] 과 [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을 읽었다. 특히 [ 2000자를 쓰는 힘 ]을 읽고 고무되어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려고 노력한 흔적도 내 블로그에 남아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독서법과 글쓰기에 대한 조언은 남다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끼리는 서로 알아본다고 이 책은 독서하는 사람만이 가 닿을 수 있다는 전제아래 저자의 독서론이 담긴 책이다.
사실 이 글을 시작할 때 꺼냈던 다섯 단락에 대한 비슷한 내용이 본문에 나와서 반가웠다. 저자는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좋아하는 문장을 세 개씩 골라보라 고 주문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른 문장을 바탕으로 서로 토론을 해 본다고 하니 그것만큼 좋은 교육법이 또 있을까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저자가 하는 방식으로 독서를 한다면 책을 좋아하는 어른으로 자라나는 건 당연지사다.
이 책은 독서를 처음 시작하고 방향성을 잡아갈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미 독서를 어느 정도 하고 있는 독자라면 심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치열하게 독서를 하던 시절, 독서가 잘 안 될때 초심으로 돌아가서 독서에 동기부여를 해 주던 독서법 책들이 떠 올랐다. 국내 저자로는 이 권우나 유시민 같은 ( 일본에만 책 읽는 지식인이 있는 건 아니다 ) 그때 읽었던 책들처럼 이 책 또한 부담없이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 사이토 다카시가 추천하는 명저들을 통해 연결 독서를 해 봐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한 때는 한 분야의 책을 깊이 읽기 위해 책 뒤에 실린 참고문헌을 부지런히 뒤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에 비한다면 이 책에는 친절하게도 고전이나 명작과도 같은 장르의 책들을 엄선해 실어놔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저자는 말한다 " 독서는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맛볼 수 있는 기쁨이며,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심화시키는 최고의 길이다" 라고 너무도 공감이 가는 멋진 문장이다. 독서만큼 나 자신을 고양시키는 것이 있었을까? 그 경지는 말 그대로 [ 책 읽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 어떤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