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을 때마다 한 발씩 내디뎠다 - 우울함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러너가 되기까지
니타 스위니 지음, 김효정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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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아홉살, 우울증의 일종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던 저자는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달리기가 재밌다는 게시물을 접하고 그날부터 바로 달리기를 시작한다. 자신이 달리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는 것이 두려워 반려견과 숲에서 숨어서 달리던 그녀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녀는 멋진 러너로 거듭난다. 이 책은 침대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 단순히 러닝을 시작한 그녀가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하고 각종 달리기 대회에 참여하는 러너로 거듭나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자전적 이야기이자 자기 고백서이다. 그녀는 무시로 자신을 질책하고 끊임없이 비난하는 머리 속 소리가 듣는다. 엄격한 선생이자 비판가로서 작동하는 마음의 기제는 그녀를 주저앉히고 무기력하게 한다. 사실 이 책의 여러 부분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나이라는 장벽, 볼품없어진 외모, 무기력한 상황, 가까운 사람들과의 이별로 인한 후유증 등등 병명을 진단받은 건 아니지만 나 또한 비판적이며 자기 검열이 강한 성향이라 그런지 저자의 글들에 부쩍 공감이 되었다. 특히 저자가 쓴 글의 형태의 길잡이가 되어준 나탈리 골드버그 식의 글쓰기는 나도 몇 년 전 그녀의 책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을 읽고 영향을 받아던 적이 있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영향인지 몰라도 이 책은 편하게 독서를 하기에는 어려웠다. 나탈리 골드버그 글쓰기처럼 저자의 글 속에는 내밀한 심리적 묘사가 문장마다 곳곳에 들어있다. 밖으로 들어난 현상에 대한 서술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 보며 꼼꼼하게 적어 내려간 글이라 무시로 쉽게 읽혀지진 않았다.

저자는 달리기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치료해 나간다. 통증이나 우울감이 달리고자 하는 저자의 의욕을 꺾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달린다. 그녀의 역동적인 달리기 기록을 넘겨보며 함께 달리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느껴졌다

발목이 여전히 아픈데도 만족감을 느꼈다. 달리기가 우울증이나 음식에 대한 집착을 치료한 것은 아니었다. 책을 완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약을 끊게 해준 것도, 정신과의사와 이별하게 해 준 것도 아니었지만 마음은 조금 평화로워졌다. 중략

내 감정은 여전히 배 밑의 파도처럼 들썩였지만 적어도 달리기를 하거나 글을 쓰는 날에는 자부심을 느꼈고 끊임없이 음식 생각만 하지도 않았다. .....문득문득 의구심이 들었지만 내 삶은 차츰 나아지고 있었다

울고 싶을 때마다 한 발씩 내디뎠다 중에서

한 방에 좋아지는 만병통치약은 세상에 없다. 특히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은 집요해서 사람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점차적으로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 차이점을 알고 용기를 내서 그 방향으로 한 발짝 한 발짝 가다보면 병과의 거리가 멀어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실천이다.

저자는 달리기와 글쓰기를 통해 병과의 거리두기를 실현했다. 본문의 문장처럼 약도 먹고 때론 감정의 소용돌이에 시달리면서도 그래도 병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어느 누구보다 역동적인 삶을 살았던 저자가 여러 조건과 상황으로 묶여버린 우울증이라는 병은 감기처럼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묶이면 풀려나올 수 없는 불치병이라는 생각이 아닌 언제나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은 중요하다. 이 책은 무기력과 우울증이라는 말 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많은 독자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두 다리로 설 힘만 있다면 가능한 달리기. 이 책은 달려보고 싶은 욕구를 한껏 불어넣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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