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이야기 - 마트와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의 추억과 마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박혜진.심우장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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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서울 변두리에 살던 시절, 터울 많이 나는 동생이 아장아장 걷던 시절, 동생이 선잠을 자다 일어나서 울기라도 하면 잠이 덜 깬 동생 손을 잡고 길 모퉁이 구멍가게에 가서 딸기맛 쭈쭈바를 입에 물려주는 건 언제나 온전히 내 몫이었다. 주택가 골목 어귀마다 자리잡은 구멍가게는 작은 발에 엄마 슬리퍼 신고 느릿느릿 걸어도 금방 갈 수 있는 곳 마다 있었다. 구멍가게는 어린 우리에겐 로망의 장소였다. 가판을 펼치고 내어 놓은 군것질 거리는 우리의 시선을 잡았고 군것질 거리외에도 조잡하지만 마냥 신기했던 신상 장난감들은 어느새 주머니 깊이 깊이 숨겨둔 동전을 꺼내게 하곤 했다. 그것 뿐이랴 학교앞 문구점은 80년대에 국민학교 ( 지금의 초등학교 )를 다닌 세대에겐 참새방앗간이고 학교생활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문제 해결장소이며 마음의 안식처였다.

이 책 [ 구멍가게 이야기 ]는 나의 어릴 적 추억속 이미지를 구현해 낸 말 그대로 구멍가게에 대한 책이다. 아쉽게도 내가 경험한 서울의 구멍가게들은 도시 개발로 인해 이미 그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지만 저자는 마을 공동체의 구심력 역할을 하며, 기성 세대의 기억속 구멍가게의 원형을 살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느린 농촌' 다시말해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는 곳'을 선정하여 책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선정된 곳이 '전남 지역 스물 두 개 시군에 위치한 구멍가게 백 여 곳'이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마을 공동체의 역할을 유지하는 전남 지역의 백 여개 구멍가게를 다니면서 그 곳의 배경과 분위기 연력, 여전히 가게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하여 모은 책이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자연스레 구멍가게들이 위치한 지리적 특성과 시대를 탐구하는 역사적 배경이 함께 들어있어 분량은 있지만 현대사 책을 읽듯 시대적 흐름과 그 특성을 꼼꼼히 볼 수 있어 좋다. 더군다나 소재의 매력이 주는 재미도 한 몫한다.

이 책의 표지에는 ' 구멍가게 오십여 곳의 진한 이야기가 담긴 르포르타주이자 우리 삶의 바탕이 된,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의 근 현대사'라고 명시하고 있다.

구멍가게가 농촌의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운영하던 곳들이 농협이 만든 하나로 마트에 밀려 거진 다 폐업을 했다는 '구멍가게 잔혹사' 에 대한 내용은 인상깊었다. 생각해 보니 시골 오일장이 서는 지방 도시를 가 끔 가 보면 시내통에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는 하나로 마트를 볼 수 있다. 농민을 위해 생겼다는 농협 하나로 마트가 오히려 농촌 상권을 훼손하는 역할을 했다고 하니 아이러니 하다


우리가 보며는 시골 구멍가게는 못해먹게 돼 있어 정책적으로,

구멍가게 이야기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화적인 상생을 통한 틈새전략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마을 구성원간의 구심력 역할을 하는 많은 구멍가게들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얼마 전 구멍가게라는 장소를 빌려 장사를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예능 프로를 잠깐 본 적이 있다. 프로를 진행하는 장소가 독특해서 인상깊었는 데 이 책을 보니 그런 구멍가게가 자연스런 이미지로 다가옴을 알 수 있다. 지방 소도시의 인구가 줄고 마을 공동체의 의미가 점차 희박해져 가는 이 시대에 구멍가게가 시대를 이어가고 공동체의 명맥을 유지하는 상징으로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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