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사회학자 소 준철이 쓴 [ 가난의 문법 ] 은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에 대한 연구자료를 모은 책이다. 저자는 특히 '재활용품 수집 노인' 중에서도 여성노인에 포커스를 맞췄다. 굳이 여성노인들을 연구 대상으로 정한 이유에 대한 변으로 저자는 여성노인은 '제도에서 벗어난 시장의 변방에서 생계를 꾸려야 하며 그녀들은 임금 노동자가 될 기회가 없었고 경력과 숙련의 과정이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빈곤노인으로 전락한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온전히 일신의 몸으로 감당하며 살아낸 그녀들은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과정에서 응축된 삶을 살아낸 세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사회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생계를 감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하루에 돈 만원도 안 되는 수입을 벌고자 재활용품 수집에 온전히 매달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 중에서 표본이 될 만한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여 그녀의 하루 행적을 일일히 기록하고 있다.

북아현동 일대에서 재활용품을 줍는 일을 하는 1945년 생 윤 영자 할머니는 저자가 만나 인터뷰한 노인들의 복합체인 셈이다. 이 책은 빈곤 노인에 대한 이론을 나열하고 문제제기만 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취재한 노인들의 사례를 되살려 그들의 행적을 소설처럼 묘사한 부분은 일반적인 사회학서와 다르게 독특한 설정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가난과 빈곤은 같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학서를 집필함에 있어 '가난'과 '빈곤'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차이가 분명히 있음을 언급한다. 분석에 주로 사용되는 '빈곤'과 '현상을 묘사하는 '가난'이라는 단어에서 필자 자신이 이 책에서는 가난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는 부분은 인상깊었다. 그런 맥락으로 살려낸 윤영자 할머니의 행적에 대한 묘사는 소설을 읽듯 마음에 일일이 와 닿는다. 사회학 이론과 소설이 적절히 섞여있는 셈이다.

윤 영자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 말년에 재활용품을 줍는 노인으로 전락한 연유로 저자는 할머니의 선택의 오류가 만들어낸 결과물인가를 독자에게 묻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유동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가와 사회의 변화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선택했던 방식들의 결과가 빈곤노인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왜 국가는 그녀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추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그래서일까?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으나 귀결은 가난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윤영자 할머니의 삶을 한 개인의 불행한 삶으로 귀결지을 수 없음이 책을 읽은 후의 나의 씁쓸한 소회다.

할머니의 인생의 귀결이 내 삶이 되지 말라는 보장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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