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비상 - 매와 부성애에 대한 아름답고도 잔인한 기억
벤 크레인 지음, 박여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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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다룬 이야기들은 잔잔하면서도 감동을 준다. 특히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을 다룬 출판물을 좋아하고 자주 찾아 읽는 편이다.

이런 책들은 우리가 망각하며 살아가는 것, 지구에는 인간이라는 종만이 군림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귀한 책들이다. 책을 읽고나면 자연스럽게 겸허한 마음이 들게 된다.


이 책 [ 자유를 향한 비상 ]은 야생 매를 길들이는 매 잡이( 훈련사 ) 일을 하는 작가가 쓴 글이다. 매와 교류하는 날것의 경험들이 마치 존 런던의 '야성의 부름' 이나 ' 모비딕 ' 같은 소설을 떠 올리게 한다.

이 책을 쓴 벤 크레인, 이 독특하고 특별한 영국 작가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자신의 성향이 자폐 스팩트럼안에 들어있다고 담담히 고백한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정상처럼 보이지만 머릿속에는 형편없이 조율된 그래픽 이퀄라이저가 들어있는 기분이며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오랜시간을 사람들 사이에서 힘들게 지냈다고 한다. 그는 직업적으로는 제도권 안에서 흠 잡을 데 없는 교사로 살았다. 이후 평범하게 살기위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아버지로서 준비돼지 않았던 작가는 그 모든 관계를 끊고 홀로 오두막에 정착한다. 그리고 의뢰 받은 야생 매 '보이'와 '걸'을 길들이며 아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시작한다. 다친 야생 매를 훈련시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매 훈련사이자 아버지인 작가는 매를 돌보듯 헤어지고 부정했던 아들에 대한 사랑과 부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이 책을 통해 담담히 쓰고 있다.

마치 야생성을 회복하고 강인해져 가는 매들을 바라보듯 자신과 아들의 관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글은 흥미로우면서도 감동이 된다.

작가는 자신이 매잡이가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같은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살았던 어린시절, 폭력적이면서 정제되지 못했던 성향의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 자란 작가의 힐링 포인트는 자연이었다.

그가 파키스탄이나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등으로 여행을 다니며 그 곳의 매잡이들을 만나 그들의 방법을 배우며 경험하는 초반의 이야기는 새롭다

매 훈련을 통해 동물을 사냥하게 된 기원은 약 5000년 전부터 맹금류의 사냥법에 의지해 식량을 얻었던 인간들에게서 매 잡이가 기원됐다고 한다.

다시 생각해 보면 총으로 사냥할 수 없던 시절엔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눈을 통해 보는 자연과 야생의 매에 대한 묘사는 너무도 생생하다. 작가는 의식의 결이 일반인과 다르게 작동하듯 자연과 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적 감각이 너무도 뛰어나다. 실제로 자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지만 자연을 대하는 집중력과 전문성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 가진 감성과는 차원이 다른 독특함과 심오함의 경지다. 그림만큼이나 날카롭고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글은 묘한 매력이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읽어왔던 사람과 매의 단순한 우정의 차원이 아닌 한 천재성을 지닌 작가의 자기 고백적인 글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 표지 앞날개에 '하나의 대상에 대한 인내와 사랑은 저자 자신과 아들과의 관계회복으로 이어진다. 매 훈련서 외에 정식 출간은 처음인데도 영국 출판 에이전트가 수십만 달러 규모로 두 권을 연달아 계약할 만큼 자연과학 및 에세이 작가로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 라는 문장을 보며 그의 천재적 글쓰기에 대한 경외심과 질투의 양가적 감정이 느끼며 책을 덮었다.

이 책의 후속 작품이 번역되어 한국에 출간된다면 다시 찾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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