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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산 - 삶은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이야기다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부키 / 2020년 9월
평점 :
우리 세대는 성공 지향적인 삶을 살아왔다.
또한 지금도 안정적인 직업, 평생 먹고 살 만한 자산이 있으면 성공한 인생으로 공인받는다.
어떤 가치관과 인격적 소양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의미가 없고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질로 퉁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우린 어릴 때 부터 그렇게 자랐다.
남을 밟고 서야 똑똑한 놈 취급을 받았고 경쟁으로 몰아가는 학교 교육에 익숙하고 주변 어른들에게 ' 다 필요없다. 돈이 최고다' 라는 말을 귀에 박히듯 들었다.
그렇게 목표 지향적으로 살며 산 꼭때기에 오르기 위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도 하물며 주변을 돌아보는 연대의 시간도 모르고 위만 쳐다보며 꿈꾸고 희망하던 것이 첫번째 산이었다. 그러던 우리는 결국 산기슭에 앉아 쉬고 있는 누군가를 만나도 쉽게 손 내밀지 않는다. 오직 정상으로 오르는 것 만이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우리 대부분은 첫 번째 산에 살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번째 산의 정상에도 못 올라보고 인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데비비드 브룩스의 책 [ 두 번째 산]은 우리의 인생을 사유하고 철학적으로 관조해 보라고 조언하는 책이다. 이 책은 친절하고 구체적인 사회적 배경, 일일이 예시된 인물들과 사례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논리를 구축해 나간다. 사실 책은 두 개의 큰 맥락으로 이어져 있다. 저자가 하고 자 하는 결론은 처음 상반부에 집약돼어 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저자의 논리를 충분히 숙지했다면 후반부는 보너스처럼 읽기 좋은 내용들이 들어있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의 분량은 상당하지만 읽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미국식 저널리스트의 글쓰기 장점이 다 들어있는 [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풍자적인 문체 ]로 인한 가독성이 좋은 책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의 책들은 대개 가독성이 좋다. 그들은 웬만한 글쓰기로는 어디가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글쓰기 훈련이 된 쟁쟁한 작가들이 많다는 게 나름의 생각이다.
저자는 두 번째 산의 비유로 첫 번째 산의 승승장구와 골짜기 그리고 두 번째 산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굴곡과 철학을 이야기한다.
아마 우리 평범한 삶 대 부분은 첫 번째 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순간 낙오하거나 예전의 삶에 다시 오르고자 고군분투할 소양이 다분하다. 아니면 나처럼 첫 번째산 언저리에서 안위하며 살던가. 하지만 저자의 두 번째 산에 대한 해학은 감동적이다. 두 번째 산에 오르는 평범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세상은 그나마 빛이 나는 건 아닌지 싶다.
p 131 ' 영혼은 도덕적 가치를 품고 있으며 도덕적 의무를 감당하는 당신 의식의 한 부분이다. 중략 그러나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기가 하는 행위 또는 하지 않는 행위에 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
' 영혼은 도덕 의식과 윤리 감각의 못자리이다'
두 번째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영혼이 일을 하게 하며 영혼이 품고 있는 도덕적 가치와 윤리 의식을 고양시키는 자들이다. 저자는 첫 번째 산에서 계곡으로 떨어졌을 때 운이 좋아야 자기 자신을 전인적인 인간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우리가 고난앞에 모두 성찰의 기회를 얻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때론 고난이 사람을 더 피폐하게 만들다는 건 우린 익히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저자가 들었던 계곡으로 떨어진 여러 인물들의 사례 중에 사형장에서 살아남았던 도스도예프스키가 마음에 남았다
죽음의 코 앞에서 감방으로 돌아온 도스도예프스키는 회고 했다 " 돌아보면 그날만큼 행복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쉬지 않고 계속 방을 걸었고.... 계속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생명을 되찾았다는 사실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그가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죽다 살아난 계곡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자는 두 번째 산에서 살아가는 인생의 시작에는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삶을 털어내고 공동체적 가치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여우가 아닌 고슴도치의 삶으로의 변화 -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다양한 관점에서 적대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고슴도치는 단 한 가지만을, 자기 인생을 좌우하는 단 한 가지 큰 생각만을 알고 있다. 바로 이것이 헌신적인 공동체 활동가들이 가진 정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골짜기를 경험해야만 두 번째 산으로 옮겨갔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주인공 앤디는 성공지향적인 상사 미란다의 삶의 이면을 보며 보장된 직장의 비서직을 관두고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책의 저자가 제시하는 직업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가슴 뛰는 일을 찾아가는 결단. 이 책은 간접적인 경험에 의해서도 가능한 내면의 가치를 다리 역할을 하는 책이다.
인생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 ' 두 번째 산 ' 은 저자가 오른 저자만의 두 번째 산에서 들려주는 고슴도치의 메아리를 모은 책이다. 귀감이 되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