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도시소설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다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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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애들 다 키워놓고 시골가서 살자고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표현은 안 하지만 속으로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시골 생활이 생각처럼 녹록치 않다는 것 쯤은 아는 나이다. 남편이나 나나 도심은 아니어도 서울 근교에서 나서 자랐고 맨발로 흙을 밟아본 적도 푸성귀라도 키워 식탁위에 올려 볼 줄도 모르는 소위 자연 바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섬진강 줄기 따라 남도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갔던 지리산 밑의 작은 마을 구례가 너무 좋아서 이 년 연속 구례로만 여름 휴가를 갔었다. 그때 화순 에서 곡성을 지나 구례로 넘어오던 좁은 국도의 푸르름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러던 구례 곡성이 이번 여름에 섬진강 범람으로 마을이 초토화 돼었다는 뉴스를 보며 마치 내 고향이 물에 잠긴 것 처럼 맘이 쓰렸었다.

도심에서 자라 풍경 볼 줄도 모르는 내가 섬진강의 영험스러움과 비범함은 어찌 알아봤는 지 요즈음도 자주 그 동네가 어른거린다.

김탁환의 신간 에세이 [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는 곡성에서 농부이며 미생물 과학자이자 미실란이라는 농업 회사 법인을 운영하는 이동현 대표와의 만남을 소재로 글을 썼다.

김 탁환의 책은 그동안 여러 권의 소설을 찾아 읽었었는 데 에세이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도 이 책의 집필 동기를 그 동안의 소설 쓰기에서 한 발 짝 물러서서 다시끔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아기간으로 삼으며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난 사람이 발아를 기다리는 농부 과학자인 이동현 대표였다고 하니 묘한 교차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사는 도시 소설가 김탁환은 곡성에 사는 농부과학자 이동현을 만났고 두 번째 발아의 시간을 함께했다. 봄의 빛깔과 향기를 맡은 후에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중략

이 글은 이동현이라는 거울에 비친 내 삶의 얼룩을 담는 과정이자 내 글이 익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중에서


농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 하늘이 내린 직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흙과 함께 평생을 살면서 땅과 부비고 싹을 틔우며 결실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사람들. 그들의 땀과 노고가 들어간 쌀로 만든 밥을 매일 먹으면서도 그 의미를 잘 모를 때가 많다,

물론 요즈음은 농사도 기계화 되어서 예전처럼 힘들지는 않다고도 하지만 소출에 비해 돈도 많이 못 벌고 고되기만 한 일을 젊은 이들 중 누가 하려고 할까?

아버지 뻘 되는 나이든 농부들이 노쇠하고 나면 이 땅에서 쌀 농사를 짓는 농부를 더 이상 보지 못하지 않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러기 전에 작가의 말대로 농부 지망생들에게 농부자격증을 주고 농부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래본다.


새록새록 이 동현 박사같이 뚝심있는 분이 새로워 보이는 건 당연하다.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새삼 농사꾼의 삶을 선택한 용기라니, 충분히 남들에게 인정받고 실리를 찾아 갈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더 대단해 보인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다가 온 한 문장이 ' 반복은 아름답다'였 다. 시작과 끝을 가늠하지 않고 우직하게 반복하는 행위, 소설가의 글쓰기와 농부의 행위는 닮았다. 언제가 부터 우직함이 요령없음과 실용성이 없는 부정적 단어로 통용되는 세상에서 우직하게 자기 길을 가는 농부와 단어와 단어를 잇고 한 줄 한 줄 원고지 천 매를 채울 문장을 써야 소설이 되는 그 지난한 과정을 평생 해 나갈 소설가를 보며 우직함이 영향력을 끼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향력이라는 것이 꼭 필요한 가 싶지만 그래야 세상도 좀 천천히 흐르지 않을 까 하는 기대감에서라도 말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아름다움은 맘 먹고 지켜야 보존할 수 있다. 이 땅의 흙도, 농지도 그 속에서 자라는 푸릇한 벼와 달큰한 밥내를 풍기는 품질 좋은 쌀과 그리고 농부의 땀 마저도.. 미실란표 유기농 쌀을 주문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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