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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와 혐오 - 모성이라는 신화에 대하여
재클린 로즈 지음, 김영아 옮김 / 창비 / 2020년 8월
평점 :
왜 어머니는 유독 숭고한 모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혐오의 대상으로도 전락하는 극단적 처지에 놓이는 것일까?
인류의 어머니라는 육체적이며 혹은 정신적이기도 한 모체는 인간이라면 떼어놓고 볼 수 없는, 누구도 쉽게 객관화 할 수 없는 대상이다. 이것은 페미니즘이라는 기제와는 다르게 작동하는 고유함으로 볼 수도 있겠다. 모성이라는 기재 혹은 이 책의 제목처럼 숭배와 혐오를 아우르는 - 이 책은 그런 모성이 신화가 돼었다는 전제하에 다양한 층위의 모성을 다루고 있다.
주제가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낯설고 신선하달까? 늘 곁에 있지만 제대로 숙고해보지 않았던 부분이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모성 연구'라는 담론은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점차 대두되는 주제라고 한다. 이 책의 말미에 실린 '옮긴이의 말'에서 역자는 ' 현재 모성은 전 학문 분야에서 핵심적 주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으며, 모성 연구의 관심은 섹슈얼리티의 문제에서부터 ' 기타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몇 해전부터 '맘충'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패미니즘 시선에 대한 반발성 용어로 보이지만,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함의는 이 책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모성에 대한 복합적인 결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저자인 재클린 로즈의 난해한 글쓰기로 인해 독자로서 책을 읽으며 책이 말하고자 하는 논제를 찾아감에 있어서는 나름 어려움이 있으나 여러 층위 혹은 다양한 매체 에서 논하는 모성을 다루는 담론은 분명하다.
역자의 말처럼 저자인 재클린 로즈는 모성 경험의 양가성 다시 말하면 숭배의 대상이면서 혐오의 대상이라는 논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첫장 [ 지금은 ] 에서는 사회적 시선에서 억압받는 엄마들을 다룬다. 분명한 건 모성이라는 위대함을 사회적 잣대로 굴복시키고 있는 무례함은 새삼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이민자이거나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불평등으로 규정짓고 있는 사회적 폭력의 모순은 아무렇지 않게 모성의 이상화에 반하는 행태의 사회적 무의식을 담고 있다.. 이후 저자는 현대의 어머니에서 고대로 모성의 정체를 찾아나간다. 역사적인 관점에서의 모성 뿐만이 아닌 문학의 흐름에서 모성은 독특하다.
특히 흑인 피해자 자녀를 둔 어머니 조직이 전국을 순회하며 죽은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난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삭발한 어머니들이 떠올랐다. 한국사회에서 세월호의 모성은 혐오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하물며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있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문학 안에서 만나게 되는 사랑하지만 잔인한 모성들, 모성이라는 틀을 갖춘 어머니들의 다양한 심리적인 역할과 본능적이고 내밀한 욕망이 살아있는 날카롭고 위험한 모성은 개인적으로 어머니이기도 한 내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경험이 돼었다. 나의 심리적인 무의식에도 저자의 논지로 교감되는 층위가 분명히 있음을 알게 된 경험이었다.
여러 이론을 섭렵하며 모성을 갖춘 곧 여성이라는 복잡미묘한 성 정체성을 확인하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복잡한 책 '숭배와 혐오'
숭배와 혐오의 갈림길에서 어쨌든 인류를 낳은 건 어머니이자 여성이라는 엄연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다시 한번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