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 이제부터 당신 메뉴에 '아무거나'는 없다
마틴 코언 지음, 안진이 옮김 / 부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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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빵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빵류를 좋아하는 흔한 독자인 내게 저자는 당신이 먹고 있는 빵이 어떤 빵인줄 아느냐고 다그친다. 내가 먹는 빵에는 밀가루와 소금, 물을 제외하고도 여덟가지의 불필요한 ( 먹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하지만 빵을 만드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 첨가물이 들어가며 저자는 하물며 그것들의 효용가치에 대해서도 일일히 설명하는 걸 잊지 않는다.

이 단락을 읽고 프랑스 빵 흉내를 내는 프랜차이즈 빵집에 가서 빵을 사려던 맘이 싹 사라졌다.

이 책은 음식에 대한 책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지만 몰랐던 내용도 친절하고 꼼꼼하게 알려준다. 또한 무시로 등장하는 철학자들, 니체를 시작으로 루소, 존 로크, 고대로 가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집스러움을 꼬집거나 플라톤이나 탈레스마저 등장시켜 놀랐다. 이토록 익숙하게 마치 서양의 철학자 계보를 들고 변주하듯 글을 쓰는 작가의 이력을 보니 이 책의 저자인 마틴 코언은 영국 출신의 철학자였다. 철학자가 쓴 음식 이야기라니..흥미로울 밖에, 이 책에는 철학자 저자의 '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이 들어있다. 반면 음식에 대한 내용뿐 만이 아니라 철학이 담긴 책이자 철학가들의 먹는 이야기가 들어있고, 음식을 만드는 재료에 관한 책이며 건강 정보와 소소한 요리법마저 소개하고 있어 독특하다.

이 한 권에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하는 저자는 음식을 철학 사상을 논하듯 적고 있지만 저자 스스로 머리말에 적고 있듯이 ' 두꺼운 교과서나 과학 전문 서적보다는 점심시간에 친구들끼리 나누는 대화와 비슷하게' '복잡한 정보를 신중하게 걸러서 간결하게 압축하는' 저자의 장점을 살려 글을 쓴 바램에 재미있게 읽힌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좋은 정보도 가득하다.

어려운 글을 쓰고 딱딱한 사고를 할 것 같은 철학자들의 음식 취향에 대한 소개는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부분이다.

독특하고 괴상한 만큼 음식취향도 분명했던 니체는 식사 시간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며 커피는 사람을 우울하게 해서 피했다고 한다. 또한 베이컨은 인간을 위해 자연을 변화 ( 훼손으로도 이해했다.)

시키는 걸 당연시한 반면 인간의 손이 닿으면 괴상한 게 만들어진다고 경고했다는 루소의 혜안에 공감이 갔다.

채식주의자 플라톤과 소고기를 좋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음식취향이라니..상상이나 했겠는가? 멀게만 느껴지던 철학자들.. 그들도 먹고 싸는 우리가 같은 인간 종이었구나로 연결되는 친근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후 장에서는, 설탕과 소금에 대한 견해, 단식에 대한 이야기, 비만, 채식과 미생물 박테리아의 효용성 등 웬간한 건강관련서 못지 않게 해박한 정보와 여러 논란이 되는 사회적 담론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밝힌 것처럼 음식에 대한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쉽고 편한 필체로 쓰고 있어 마치 에세이를 읽듯이 읽다 보면 여러 관점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저자의 밀도 높은 촘촘한 생각의 결이 음식이 소재가 되어 철학하듯 씌여진 독특한 책이라 한장한장 꼼꼼이 즐기며 읽는 나 같은 독자에겐 만족도가 높은 책이었다.

모처럼 독서하는 쾌락을 한껏 누리게 해 준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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