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웬간히 아프지 않고서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 내가 병원을 기피하는 이유 중하나는 의사들의 불친절함도 한 몫한다. 내 돈 주고 진료 받는 상황에서 내 병에 대해 물어 보는 데 속 시원하게 알려 주지 않는 심보는 뭔지. ' 그들도 잘 몰라서 그럴꺼야' 라며 자기 위안를 하고 돌아서도 매번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런 내게도 정신과는 로망이 담긴, 그래서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영화 '연애의 목적'의 두 주인공인 박해일과 강혜정이 함께 연기한 장면에서 두 사람은 술에 취해서 말한다. 언제 날 잡아서 정신 병원에 함께 갈래요? 라고 나 뿐만 아니라 정신 병원은 호기심에라도 한 번은 가 보고 싶은 곳이다. 사실 전문가가 일정 시간동안 나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병리적으로 진단을 내려준다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된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상처를 치유받는 것 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미처 꺼낼 수는 없지만 각자 살아오면서 받았던 상처, 두려움, 자격지심, 열등감 등등 지금의 나를 형성하게 만든 아프지만 보이고 싶지 않은 내밀함들을 간직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심리적 기재들이 병으로 전환되어 환청이 들리고 말할 수 없이 우울하며 급기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만드는 것이 정신질환이다. 현대인에게 심리 상담이라는 것은 이제는 유행처럼 친숙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일상 생활이 어려울 만큼 정신적 중독이나 질환, 우울증 등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가벼운 심리치료 부터 중증의 정신 질환까지 함께 다루는 곳이 정신 병동이다.
이 책 '어쩌다 정신과 의사'를 쓴 김지용은 정신과 전문의다. 들어본 적은 없지만 ( 뇌부자들 ) 이라는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일반인이 흔하게 만날 수 없는 정신과 전문의의 글을 책으로 나마 접하게 돼서 흥미로웠다. 저자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해서 어쩌다 의대를 갔고 의학 공부에 흥미를 못 느꼈지만 우연히 자신이 공부하고 싶었던 고고학과 정신과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어찌 하다보니 정신과 의사가 돼었다고 쓰고 있다.
공부에 담 쌓고 사는 우리네와는 뭐가 달라도 다른 방향이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본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정신과 의사가 직접 썼으나 기존의 책들처럼 권위적이지 않아서 좋다.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지만 사람 냄새가 나서 좋다고 해야할까? 솔직담백한 글들을 보며 정신과 의사도 결국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