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 학년 정도의 아이들은, 똥이나 방귀 얘기를 하면 매우 좋아한다. 더럽고 냄새나는 그것들을 왜 재밌어 하는 지 어른의 시선으로 봤을때는 이해할 수 없지만 여하튼 아이들에게 똥과 관련된 소재는 무궁무진한 재밌거리다. 그래서 일까? 아이들의 동화 제목에는 똥이나 방귀에 관련된 제목이 많다. 이 책 ' 변기에 빠진 세계사' 또한 그런 연유로 만들어진 책 이었음을 작가의 집필 의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초등 아이들이 아닌 고등학교 강연을 가서 우연히 '지저분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학생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듣던 상황을 연결해서 책을 쓴 연유를 밝히고 있다.
' 변기에 빠진 세계사'의 저자 이 영숙은 학창시절 세계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해외여행을 계기로 세계 역사에 관심을 갖게 돼었다고 한다. 저자는 국어 교사로 근무하며 딸에게 들려주는 맘으로 음식, 옷, 집에 대한 책을 쓴 이력이 있다. 나 또한 저자의 다른 책 식탁위의 세계사, 옷장속의 세계사, 지붕 밑의 세계사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었었다.
이 책은 위에서 말한 시리즈와 같은 연결고리로 봐도 무방하다. 출판사는 다르지만 집필 형식이 비슷하여 연결해서 바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 시리즈도 재미있었지만 이 책 '변기에 빠진 세계사'는 전염병, 위생, 화장실, 목욕탕에 담긴 세계사와 문화 이야기로 기존에 나와있는 세계사 책들이 잘 다루지 않은 소재라 더욱 흥미로웠다. 읽기는 쉽지만 한 챕터에도 많은 자료를 기반으로 쓰여진 책은 청소년 눈 높이에 맞춰선지 가독성이 훌룡하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재미있는 역사 수업을 듣는 기분이다. 특히 배경에 대한 상세한 설명,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할 꼼꼼한 배경 설명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적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가 글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