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이란 나라가 궁금해서 일본의 역사를 공부한 적이 있었다. 물론 책을 통한 독학이라 단편적인 공부였지만 일본은 알 수록 특이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역사적인 관점에서 봐도 우리나라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도 독특했다.

이 책의 저자 강 상중 교수는 '변경의 지식인'으로 알려진 도쿄대 명예 교수이며 한일 양국에서 유일하게 발언권을 가진 정치 학자다. 저자는 재일 한국인 2세로 일본에서 교육 받으며 자칭 ' 학교 사회의 질서와 규범의 우등생'으로서 자라나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전후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펼치며 시대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으로 자리잡았다.

이 책은 저자가 일본 전역을 돌아보며 ' 일본이 이제껏 살아온 방식과 제도의 존재방식 , 과학기술과 경제시스템 전반을 일일히 돌아보며 기행문 형식으로 쓴 글을 모아 출간했다.

2018년 메이지유신 150주년이 되는 해에 시작된 '사색의 여정'은 미쓰비시가 소유했던 하시마섬의 군함도를 시작으로 후쿠시마 원전과 소득차가 6배가 나는 미나토구와 구마무라를 방문한다. 특히 한때 일본 최대 탄광이었던 미이케 탄광에서 발생한 탄광 사고로 1200명의 희생자가 났었다고 하니 놀라웠다.

또한 대지진이 일어났던 구마모토현의 희생자수도 만만치 않지만 모든 재해마다 희생하는 국민들과 그런 희생들을 일일히 다독이는 것이 아닌 일괄적이고 획일적인 일본 정부의 대처방식도 문제가 있음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자는 재해에 대한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일본의 방위비는 해마다 치솟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오염수조차 완전히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한다. 제한된 가치가 제대로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잘못된 정치는 지역과 시민의 활력을 갉아먹고 지역의 힘을 감퇴시킬 것이다. 대지진을 비롯한 천재지변은 가치의 권위적 배분에 관련된 일본 정치의 존재 방식에 관하여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중에서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나치 독일의 우생 사상에 영향을 받은 일본의 [국민우생법]이다. 일본의 우생 사상의 이면에는 불량한 자손의 출생을 방지하는 정책, 본문에서 다룬 한센병 환자들이나 지적 장애인, 유전질환자들을 경외시하고 차별하는 정책이 깊숙이 잠재된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이었다. 예전에 이청준의 소설 [ 당신들의 천국] 에서 다뤘던 소록도에 갇힌 나병환자의 편견과 차별의 이면 또한 어쩌면 일제 시대의 잔제는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국가는 살아 있는 인간들의 집합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살아 있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무기질적 권한과 규칙, 관행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상황을 바로잡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전후 민주주의는 '평화국가'의 기치를 내걸고 개인의 인권과 함께 인간다운 '문화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한 일본은 마치 국가를 위하여 국민이 존재하는 것처럼 도착된 상태이다. 국민 없는 국가주의만 팽창했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중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만 가진 나라. 국민은 없고 국가만 존재하는 일본은 어디로 흘러갈까? 만주국에 뿌리를 둔 기시 노부스케를 저자는 귀태라고 규정한다. 그런 귀태의 손자가 장기 집권하는 이 나라를 우리는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할까? 일본의 그것과 너무도 닮은 또 다른 귀태의 딸을 국민의 손으로 탄핵시켜 감옥에 보내버린 우리는 그나마 희망이 있는 걸까?

유기적인 관계로 묶인 한국과 일본,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일본의 잔재를 털어내고 일본과 진정한 결별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