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개가 보기엔 말이야 - 심리치료사의 반려견 야콥이 전하는 행복 이야기
톰 디스브록.야콥 지음, 마정현 옮김 / 황소걸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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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인도 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주로 다니던 아쉬람 근처에 아파트를 얻었지만 걸어다니기엔 애매한 거리였다. 그렇다고 매번 릭샤를 타기에는 교통비가 만만치 않았다. 주변 한국인들은 대부분 스쿠터나 자전거를 이용했지만, 여행을 가기 전까지 자전거를 못 타던 내겐 자전거를 배우는 일은 부담이 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보조 바퀴가 붙어있는 네발 자전거였다. 다행히 네발 자전거는 체구가 작은 내겐 딱이었다.

인도에는 떠돌이 개가 많다. 그런 개들이 영역 싸움까지 해서 외부인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인도 관리들은 그런 집 없는 개들을 종교적인 이유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쉬람의 새벽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네 발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우연히 길가에 앉아 있던 개 한마리와 눈이 마주쳤는 데 그 개가 내 자전거를 따라 오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무섭고 두려워 전속력으로 자전거 패달을 밟았다. 한 오십 미터 정도 갔을까? 마치 겁을 주려는 듯 따라 오던 개는 돌아서 자기 무리로 가 버렸다. 이것이 내가 인도에서 겪은 개에 대한 기억이다.

이 책 ' 글쎄, 개가 보기엔 말이야'의 저자가 주인공 야콥을 만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남인도 바닷가였다. 야콥은 남인도 바닷가에 사는 떠돌이 개였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심리치료사로 일하는 저자는 일은 잘 되고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진것 같다는 의문을 품고 인도에 갔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도 그닥 행복하지 않은 표정으로 홀로 바닷가에 앉아있었고 그런 그에게 야콥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둘의 만남이 제법 극적이다.


저자 : 그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낯선 개가 불쑥 나타나서 거리낌없이 내 앞에 떡 앉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빤히 쳐다봤으니! 난 뭘 좀 얻어먹을까 해서 그러나 생각했지

야콥 : 맞아. 그때 난 늘 배가 고픈 떠돌이 개였잖아. 하지만 단지 그 때문은 아니야. 난 네가 좋은 사람이란 걸 한눈에 알아봤어. 약간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글쎄, 개가 보기엔 말이야. 중에서


저자는 야콥을 만나며 ' 암울하고 의심많던 생각의 더미가 열대의 태양아래 구름처럼 사르르 자취를 감추는 걸' 경험했다고 한다. 그 후 남인도 떠돌이 개 야콥을 독일의 함부르크로 데려오기 위해 네 달간의 힘든 여정을 겪었고 지금은 함부르크의 한 도시에서 야콥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책은 야콥과 함께 살기 위한 겪었던 과정을 보여주는 책은 아니다. 사실 그런 과정을 다룬 글도 재미있었을테지만, 이 책은 저자가 개와 함께 심리치료사로 일을하며 내담자를 상담하고 그 가운데서 느끼는 삶의 지혜와 조언들을 담고 있다. 개의 시선에서 보는 인간의 삶은 어떨까? 라는 전제로 시작하는 이 책은 쓸데없는 것을 걱정하고 원하지 않지만 원한다고 말하고 항상 갈등하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고 어리석게 보인다. 개들의 무모하지만 본능적이고 솔직한 행동과 관점들이 인간의 삶과 대비해 볼때 단순하지만 명쾌한 해석으로 돌아올 수 있다.

유머러스하며 재기발랄한 개와 저자의 대화를 통해 깨달아 가는 지혜들, 그리고 개를 사랑하고 아끼는 애견인의 마음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이 책은 개와 친밀하듯 하지 않듯 재밌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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