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덜 받게 된다. 어릴적 학교를 다니던 때나 직장을 다니던 2,30대 만 해도 사람과의 관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살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뭘 그렇게 예민하고 심각하게 살아왔을까하는 후회도 든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그땐 어렸고 뭐든 잘 하고 싶었으며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비해 경험이 부족했고 세상 물정을 몰랐으니까 써 놓고 보니 변명 같지만 맞는 말이다.

 

작년부터 타로를 배우고 있다. 내게 타로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은 인간은 관계의 문제만 아니면 고민할 게 없으며 타로를 보러 오는 내담자들 대부분 관계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온단다.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관계의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보다 더 어려운 사안이다.

 

이 책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는 관계의 문제에 있어 혜안을 주는 책이다. 혜안이라고 하니까 철학이나 종교 처럼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내 젊은 시절 관계 처방전을 다룬 책들은 딱딱하고 현학적인 책들이거나 현실에선 적용할 수 없는 뜬구름 잡는 책들이 많았다. 도인의 경지의 반열에나 올라야 가능한.. 글쎄 딱 떠오르는 책은 없지만.. ㅎㅎ

 

김 수현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이며 신간인 이 책은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라는 전작을 읽지 못한 터라 책을 읽기 전 사전 정보가 없었다. 하지만 이 책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 라는 제목 처럼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읽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의 글들은 잘 쓴 글이라기보다는 생각이 좋은 글들이다

 

하나. 나는 정신을 못 차렸는가?

아니, 당시 나는 지난 몇 년 중 가장 제정신이었다.

회사를 다니지 않을 뿐, 생계도 내 힘으로 책임지고 있었고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고 있었다

. 그 이야기를 따를 이유가 있는가?

글쎄, 유감스럽게도 그분은 내 롤모델이 아니었다

나는 그분의 삶을 따르고 싶지도 않았고 의견을 구한 적도 없다

김 수현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 p38

 

 

타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비난이나 충고를 하는 이에 대한 작가의 처방법이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정검해봐도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사회적 잣대를 들이대는 애정없는 충고 앞에서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해법, 기성세대인 나는 이런 해법을 가질 수 없었다. 끈임없는 사회적 요구와 통념앞에 검열당하며 세상 기준에 맞춰 살기위해 자가 비판과 채찍질이 관습화 됐던 시절이었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그렇게 살아왔음으로 인해 젊은 세대들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어른을 젊은 세대는 꼰대라고 부른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푼다.

그런데 그 마음은 정말 보상을 바라지 않는 호의였을까?

'호의는 돼지고기까지, 이유 없는 소고기는 없다'는 말처럼

김 수현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 p74

 

 '호의는 돼지고기까지, 이유없는 소고기는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과한 호의에는 댓가가 따른 다는 걸 이 나이 먹을때까지 살아보니 너무도 잘 아는 말이다. 이런 세상의 이치를 이렇게 재미있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만들어 써 먹다니 책을 읽으며 미소가 절로 나왔다.

작년부터 배우던 타로가 영 늘지 않길래 때려칠까 고민하던 차에 이 문장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3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준비하면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당신의 시작을 위해 시간을 주자

삶은 망설이기엔 너무 짧고

조바심을 내기엔 너무 길다

 

김 수현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 p182

 

오십이 돼서 시작한 배움,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작가의 글 처럼 3년만 투자하기로 했다. 문장 그대로 ' 삶은 망설이기엔 너무 짧고 조바심을 내기엔 너무 기니까' 좋은 책을 읽으며 인생 후반 전 설계도 다시 한 번 해 보고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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