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아파도 힘껏 살아가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주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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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출판에서 나온 책들은 분량이 작아도 강한 메세지를 담고 있어 믿고 보는 편이다. 한겨레 책은 문학상을 받은 소설들을 자주 찾아 읽었는데 요즈음은 에세이가 잘 나가서인지 한겨레 신간에도 에세이들이 많다.

에세이는 소설의 허구와는 결이 다르다. 에세이 작가들은 자신의 실제 경험을 글로 녹이고 특별한 미사어구 없이 담백하고 솔직하게 쓰고 있어 읽는 사람에게 부담이 없다. 담담함이 때론 감동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에세이 안에도 분명한 주제와 스토리 라인을 요구해서 글을 써야 하는 작가들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 이 정도 사연 가지고는 절대 먹히지 않아 ' 편집장 책상 위에는 올라가보지도 못할 무수한 원고들이 잠잠히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려질걸 상상하면 '에세이를 한번 써 볼까' 하는 안일한 생각이 무모함으로 탈바꿈해 내 뒤통수를 친다. 이젠 에세이도 웬만한 사연과 글발 가지고는 씨알도 안 먹히는 시절이 되었으니.. 누가 이 순수 영역 장르를 무한 경쟁의 도구로 만들었을까? 여고 시절 여학생들의 워너비, 엑기스 문장을 노트 한 바닥 분량 정도로 옮겨서 책 받침으로 만들어 끼고 다니던 '지란지교를 꿈꾸며'와 같은 수필들 - 소녀 감성에 글발 조금 얹으면 쓸 수 있던 글이 유행하던 시절이 조금은 그리워진다.

 

어쨌든 이 책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는 십 여년이 넓게 조울증을 치열하게 앓고 지금은 병을 관리(?)하며 살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는 한겨레 신문사 기자로 재직중이다.

 

한겨레 기자가 한겨레 출판에 에세이를 썼다고 지들끼리 다해먹네 라는 생각으로 접근해 욕하기엔 책 내용이 단순하진 않다. 아마 - 순전히 내 생각이다. 이 책은 '떡볶이가 먹고 싶어'를 의식한 지극히 한겨레적인 출판물 같다.

   

조울증, 얼핏 들어도 무서운 병이다. 책을 읽으며 게으르고 유희하며 긴장감 1도 없는 책읽는 아줌마와 서울대씩이나 나와서 한겨레에 들어간 열혈 여기자 ( 작가는 74년 생으로 나보다 세 살 어리다. 연배로 따지면 나와 동시대를 살았으니 비교 가능하다 ) 중 누가 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작가의 글에선 문장 구석구석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같은 소재라도 나 같으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텐데 좀 더 서정적으로 표현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랄까? 역시 리얼리즘 기자적 글발이 묻어있다. 작가는 조울증으로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기자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해내며 대학원까지 다닌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지병을 공부하고 관련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메모하고 여행을 다니고, 2001년에 발병한 그 날 부터 20여년을 병과 함께 생활하고 살며 살아온 시간을 책에 담아냈다. 압축적으로 썼지만 세월 곳곳에 묻어나는 삶의 의지와 역동성은 가히 감탄할 만하다. 작가는 조울증은 생물학적인 병이며 약물로 치료하고 좋은 주치의를 찾아서 상담하며 병을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의문을 품으며 책을 읽은 내 결론은 조울증은 아무나 걸리는 건 아니라는 거 적어도 나 처럼 게으른 유형과는 거리가 있는 병이라는,, 어쩌면 내겐 조울증보다는 신경성 위염의 확률이 더 높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작가의 책을 읽고 나니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등 정신 질환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든다. 고맙게도 작가는 책 속에 자신이 읽은 조울증 관련서들을 여러 권 소개해 놓고 있다.

조울증 나는 아니어도 이 무한 경쟁 시대에 주변의 누군가에게 다가올 수 있는 흔한 병이 되었다.그런 의미에서 관련책들도 틈나는 대로 찾아서 함 읽어봐야겠다.

여하튼 이 책 집으면 끝까지 읽게 하는 매력이 있다. 초입부분의 임펙트는 마치 세라워터스의 ' 핑거스미스'를 연상시킬정도로 강렬했다는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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