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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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누군가가 읽는 걸 보고 꼭 읽으리라 벼르고 별렀던 <자본주의>. 자본주의는커녕 은행 공인인증서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나로서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생각 외로 쉬운 책이라 술술 잘 넘어갔다. 덕분에 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이놈의 자본주의라는 제도에 대해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 연예인이 받는 몸값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고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자본주의를 파는 건 광고라는데, 광고 안에서 최대한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며 각종 상품을 닥치는 대로 판매하느라 열을 올리는 연예인들을 보면, 혹은 홈쇼핑의 진행자들을 보면, 참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번 돈을 모아 으레 건물을 하나둘씩 사 모으는데, 도대체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경제규모 11위라는데, 서울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부자인 도시라는데, 어릴 때보다 지금 우리가 훨씬 잘 산다는데, 사람들도 같이 부자가 됐을까? 뭐 이런 생각.


책에서는 우선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돈이 전부 실재할 것이라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많은 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ㄱ이라는 사람이 돈을 맡기면 은행에서는 10%만 남기고 나머지 90%는 ㄴ에게 대출을 해준다. 모든 사람들이 한번에 돈을 찾지는 않기 때문이란다. 이때 ㄴ이 대출받은 돈은 실재하기 않고 그저 컴퓨터 전산 상에 존재하는 돈이다. 그런데 이 가상의 돈에 대한 수수료 혹은 이자를 은행에 납부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돈 또한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누군가가 대출을 받아야만 생긴다. 이런 식으로 세상에 도는 돈은 실제보다 엄청나게 큰 액수로 부풀려진다.


이렇게 시중에 돈이 많이 돌게 되면 돈의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오른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줄어든다. 소비가 줄면 기업에서는 인원 감축을 하고, 실업률이 높아져 경제 공황이 찾아온다. 중앙은행에서는 이자율을 높여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조절한다. (어디서 주워들은 얘긴데 이 방법은 이론과는 달리 실효성이 별로 없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자본주의라는 체재에서 물가는 필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고, 경제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찾아오게 된다.


이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책에서는 금융업계에서 왜 그렇게 각종 상품을 강권하는지, 시도 때도 없이 소비를 권하는지 이야기한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생겨나 어떤 변화를 거쳐 지금까지 왔는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케인스의 거시경제학과 하이 에크의 신 자유주의를 통해 설명해준다. (금융 무식자인 나에게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책에 따르면, 전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을 절대 빈곤에서 구해준 제도는 자본주의밖에 없다. 문제가 많으나 장점이 많은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자본주의에도 빈틈은 있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고쳐 써야 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자본주의를 어떻게 수리해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미래는 다름 아닌 나의 미래이고, 우리 모두의 미래이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원인이 뭔지를 우선 알아야 하니까. 원인부터 해결책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어 좋았다. 이래서 책이 좋더라. 더 알고 싶으면 더 봐야 하겠지만, 일단은 이 정도도 만족이다.

15
빚은 선(善)이다. 빚이 없으면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 자본주의의 입장에서, ‘빚이 없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21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비밀은 바로 ‘돈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돈의 양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물가가 오르게 된다. (...) 결국 ‘물가가 오른다‘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물건의 가격이 비싸졌다‘라는 말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하락했다‘라는 말이다.

29
결과적으로 돈이란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그 무언가가 아닌, 은행이 창조해낸 결과물이다. 이렇게 있지도 않은 돈을 만들어 내고 의도적으로 늘리는 이런 과정을 우리는 ‘신용창조‘,‘ 신용팽창‘ 등의 용어로 부른다.

31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가 아니라 ‘돈을 창조하는 사회‘라고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88
전 세계는 미국의 금융에 운명을 맡기고 있다. 이는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171
"우리는 10년 뒤에 지금보다 더 금융이 중요한 세상에 살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10년 전보다 지금 금융이 훨씬 중요한 것처럼요."

299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경제를 보는 것이 아니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분배의 시스템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봐야 한다는 것.


361
"복지란 우리가 서로에게 해주는 보험입니다."

364
"가난한 사람들이 있으면 돈이 들어요. 세금을 내지 않고 세금은 받기만 하죠. 복지의 목적은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지나서 생산적이 되도록 돕는 것이어야 합니다."

370
사회가 얼마나 문명화 됐는지 측정하는 척도 중 하나는 바로 ‘약자가 어떻게 배려 받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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