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읽었던 <오즈의 마법사>. 겁 많은 사자와 양철 로봇과 허수아비와 도로시가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동화. 알라딘 중고서점 갔다가 또 덥석 집어왔다. 그런데 읽다 보니 작가가 내용을 가미해서 만든 또 다른 이야기인가 보다. (원작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어떤 부분이 추가됐는지, 어떤 부분은 원작과 같은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원작을 다시 봐야겠다)
미국 캔자스 주에 사는 도로시라는 아이는 숙모, 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폭풍이 몰려오고, 미처 지하로 대피하지 못 한 도로시와 강아지 토토는 집과 함께 폭풍우에 휘말려 알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도로시가 타고(?) 온 집이 이 나라의 못된 마녀를 깔아뭉개 죽인 모양이다. 그 보답으로 착한 마녀가 도로시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 죽은 마녀의 은색 신발을 갖게 된다. 이 두 가지는 부적처럼 여행 내내 도로시를 지켜준다.
그러나 도로시는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삼촌과 숙모도 보고 싶다.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오즈라는 대단한 마법사가 있다길래 찾아가서 집에 가는 길을 물어보기로 한다. 그러나 그곳까지 가려면 사막을 통과해야만 한다. 도로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찾아가 보기로 한다.
이 여정에서 참 많은 친구를 만난다. 첫 번째로 만난 허수아비는 뇌가 없다. 그래서 오즈라는 마법사를 만나러 간다는 도로시를 따라가보기로 한다. 뇌를 달라고 부탁해보려고. 사고로 다리를 잃고 팔을 잃고 머리도 잃어 양철로 몸을 갈아 끼웠다는 양철 로봇은 심장을 달라고 부탁하겠다며 같이 따라나선다. 심장이 없으면 사랑을 하지 못 하니까. 마지막 동행이 된 덩치 큰 사자는 사실 겁이 많다. 겁이 많은 사자라는 게 부끄러운 이 친구는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 용기를 달라고 부탁해 볼 작정이다.
이들 넷은 서로 의지하며 길을 떠난다. 서로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쥐 떼의 도움을 받고, 드디어 오즈를 만나지만 원하는 걸 그냥 줄 수는 없다며 또 다른 임무를 받고, 다시 길을 떠나 못 된 마녀에게 붙잡혔다가, 오즈가 부여한 임무를 마친 후,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모자를 획득한다. 오즈가 사는 나라로 돌아와 심장과 머리와 용기를 (어쨌든) 얻지만, 도로시는 계획대로 캔자스로 떠나지는 못 하게 되고, 다시 남쪽으로 떠나 나무에게 공격받고, 도자기 나라를 만나고, 동물의 나라를 지나고, 착한 마녀를 만나 도로시를 도와주고, 허수아비와 양철 로봇과 사자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어디까지가 원작이고 어느 부분이 작가가 보탠 부분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비교는 힘들지만 아이들이 보는 동화답게 깜찍한 설정이 귀여웠다. (예를 들어, 소원을 들어주는 모자는 한 발을 들고 주문을 외운 후 다른 발을 들고 주문을 외워야만 한다) 여행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이들과 줄줄이 겪게 되는 사건이 재미있어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재미도 있었다.
네 주인공이 원하는 것들이 사실은 멀리 있는 건 아니었고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방법을 몰랐을 뿐. 하지만 용기를 내어 경험을 하고, 경험을 한 다음에야 본인에게 맞게 쓸 수 있는 법. 그렇게 발견한 인생의 소중함은 전에 느끼던 것과는 다르다.
원작은 나중에라도 따로 봐야 하겠지만, 이런 각색 형식의 책도 좋았다. 그래서 도로시는 이후에 어떻게 살았을까? 캔자스 주에서 삼촌, 숙모와 살다가 폭풍우에 떠밀려 네 친구와 재미있는 여행을 한 도로시라는 아이를 만난다면 한 번 물어봐 주시길.
27 ‘No matter how dreary and grey our homes are, we people of lesh and blood would rather live there than in any other country, be it ever so beautiful. There is no place like home.‘
‘아무리 집이라는 곳이 별 특별할 것도 없고 우중충한 곳이라 해도 말이야, 우리 사람들에게는 집만 한 곳이 없어. 그 어떤 좋은 나라보다도, 뭐니 뭐니 해도 집이 최고야.‘
43 ‘Don‘t you dare to bite Toto! You ought to be ashamed of yourself, a big beast like you, to bite a poor little dog!‘
‘토토를 물기만 해봐! 창피한 줄 알아! 너 같은 커다란 짐승이 가녀린 강아지를 물려고 들다니!‘
49 The Tin Woodman know very well he had no heart, and therefore he took great care never to be cruel or unkind to anything.
양철 로봇은 심장이 없기 때문에, 잔인하거나 못 돼지지 않도록 늘 조심했어요.
73 I have always thought myself very big and terrible ; yet such little things as flowers come near to killing me, and such small animals as mice have saved my life. How strange it all is!
난 말이야, 내가 덩치도 크고 무서운 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꽃처럼 작은 존재 때문에 죽을 수도 있고, 쥐같이 작은 동물이 생명의 은인이 될 수도 있다니. 그동안은 생각도 못 한 일이었어!
107 ‘We dare not harm this little girl,‘ he said to them, ‘for she is protected by the Power of Good, and that is greater than the Power of Evil.‘
‘이 아이를 해쳐서는 안 되겠어,‘ 하고 말했다. ‘도로시는 선한 힘이 수호하는 아이야. 악은 선을 이길 수 없어.‘
145 ‘How can I help being a humbug,‘ he said, ‘when all these people make me do things that everybody knows can‘t be done? It was easy to make the Scarecrow and the Lion and the Woodman happy, because they imagined I could do anything.‘
‘나는 어쩔 수 없는 사기꾼이구먼.‘ 하고 말했다.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일을 하게 되는데 말이야. 내가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으니까 허수아비와 사자와 양철 로봇 모두가 행복해지잖아.‘
171 ‘and I am thankful I am made of Straw and cannot be easily damaged. There are worse things in the world than being a Scarecrow.‘
‘난 이제 내가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라는 게 감사해. 그러니까 잘 다치지 않잖아. 세상에는 허수아비보다 못 한 것도 많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