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대학생 때 법정 스님의 책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다. 집안 어디엔가 법정 스님의 다른 책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읽으려고 찾아보니 없네. <무소유>라는 제목이 반가워 법정 스님의 책인 줄 알고 읽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작가분의 소설이었다. 원래 이런 전기나 위인전 같은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일단 시작한 김에 끝까지 보기로 했다. 다 읽고 나니 나름대로 기분이 단정하다. 법정 스님이 남긴 것이란 이런 건가 보다.
책은 법정 스님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출가, 수행, 입적 등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불교신자도 아니고 스님께서 살아계실 때도 사실 별 관심은 없던 사람이라 몰랐는데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고 군부독재를 지나온, 격동의 근현대를 살아내신 분이었다는 게 놀라웠다. 스님의 책에서 그런 걸 보게 될 줄이야.
어렵지 않은 문체가 술술 넘어간다. 생각하는 바를 행하며 사신 스님의 자취가 던져주는 생각거리가 있다. 스님의 제자라는 분께서 쓴 책이다 보니 미화된 부분이 없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이런 의심을 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한낱 중생일 뿐) 전기도 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 오지 마을에서 겨울이면 도끼로 언 물을 깨 식수로 사용하셨다니 종교인의 삶이란 이런 건가 싶다.
나는 답이 정해져있다는 개념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러나 법정 스님의 말씀은 들어볼 만 한 것 같다. 적어도 믿는 대로 실천하고자 노력한 분이니까. 표지만큼이나 깔끔하고 청명한 이야기였다.
136 법정은 남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남에게 자신을 이해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감했다.
163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꼭 한 군데 있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 의자의 위치만 옮겨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만 별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안 왕자는 지금쯤 장미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까. 그 나라에는 귀찮은 입국사증 같은 것도 필요 없을 것이므로 가보고 싶다.
188 "스님, 좋은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봐요, 학생. 좋은 말에서 먼저 해방되는 것이 어떨까."
223 아무에게도, 잠시라도 기대려 하지 말 것.
102 "꾸중 듣는 때가 좋은 시절이지요."
136 법정은 남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남에게 자신을 이해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감했다.
163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꼭 한 군데 있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 의자의 위치만 옮겨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만 별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안 왕자는 지금쯤 장미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까. 그 나라에는 귀찮은 입국사증 같은 것도 필요 없을 것이므로 가보고 싶다.
188 "스님, 좋은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봐요, 학생. 좋은 말에서 먼저 해방되는 것이 어떨까."
223 아무에게도, 잠시라도 기대려 하지 말 것.
260 "허허, 나도 변해가네. 예전 같으면 당장 뜯어버렸을 텐데. 나도 이제 고개를 숙일 줄 아네. 철이 들었네."
293 "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칠 테니, 미처 다 하지 못 한 이야기는 저 찬란히 피어나는 꽃과 나뭇잎에게서 들으십시오."
304 "생사의 경계가 어떠합니까." "원래부터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