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Paperback, Open Market ed)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 Bloomsbury Publishing PLC / 2009년 5월
평점 :


소문으로 들었던 <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은 후 원서를 보는 피로감이 넘나 심하여 어지간해서는 안 보겠다고 다짐을 하였으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우연히 보고는 홀린 듯 집어온 책. 마침 번역본도 있길래 펼쳐보았으나 첫 장부터 딱 싫어하는 번역체이길래  냉큼 원서로 집어왔다.

 

 



편지글 형식의 소설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처음엔 조금 어리둥절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역시 모르고 봐서 또야? 했지만 유명한 책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주인공 줄리엣은 작가다. 전쟁이 끝나고 신문에 연재를 하고 있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런던 거리 곳곳에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산처럼 쌓여있고, 사람들의 표정은 우울함으로 가득하다. 이런 세상에서 줄리엣은 글을 쓸 때조차 조심스럽다.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이 실례가 될까 고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책 한 권에서  시작된 인연. 줄리엣과 '건지'라는 동네 주민 사람들은 편지로 연락을 하다가 건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점령군에 의해 5년간 지배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인 줄리엣은 이 일을 바탕으로 새 책을 쓰고자 직접 건지로 가서 편지로 친해진 친구들을 만나 우정을 쌓고, 전쟁으로 지친 마음을 서로 달래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감자껍질 북클럽'이 도대체 뭔가 했는데 건지 마을 사람들의 독서 모임 이름이었다. 독일 점령 기간에 아주 우연히 시작된. 당시의 전 세계인들이 다 그랬듯 건지 사람들도 힘든 시기를 보낸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시험당하는 험한 일을 겪으면서 유약한 듯 강하게 5년이라는 함께 시간을 견딘다.

 

 



힘든 시기가 지나갔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이 아니다. 갈무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사람들은 편지 하나로 시작해 끈끈한 정을 나누고, 전쟁의 뒷감당을 같이 나누어 가진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에는 언제나 이런 소설이 나오려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데, 허구한 날 헛소리 해대면서 역사 왜곡만 일삼는 일본을 보면 아직 멀었지 싶다. 과거 청산을 제대로 하고 바라본 일제 강점기는 꽤 훌륭한 소재가 될 것도 같은데 말이다.

 

 



독일이 철저한 반성을 했기에 2차 세계대전이라는 악몽과 같은 기억을 이렇게 후손들에게 끊임없이 재생산하여 들려줄 수 있는 거겠지. 뜬금없지만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조차 못 받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유럽의 이런 토양이 부럽다.

6.
But the truth is that I‘m gloomy-gloomier than I ever felt during the war. Everrything is so broken, Sohpie, the roads, the buildings, the people. Especially the people.

하지만 사실 난 전쟁이 끝나기 전보다 지금이 더 우울해. 정말로 정말로 우울해. 세상이 너무 황폐해. 도로도, 건물도, 사람들도 전부 다. 특히나 사람들이 더 그래.

54
But it‘s forgivable to enjoy myself a little - isn‘t it?

그렇지만 이 정도를 가지고 즐거워하는 것쯤 괜찮겠지? 그렇지?

86
I‘m averting my eyes from the mounds of rubble across the road and pretending London is beautiful again.

건너편 도로에 산처럼 쌓여있는 부서진 잔해에서 눈을 돌리고는 런던이 예전과 같이 아름답다고 믿지.

109
There was an old canvas bathing shoe lying in the middle of the path. Eli walked round it, staring. Finally, he said, ‘That shoe is all alone, Grandpa.‘ I answered that yes it was. He looked at it again, and then we walked on. After a bit, he said, "Grandpa, that‘s something I never am.‘ I asked him, ‘What‘s that?‘ And he said, ‘Lonesome in my sprits‘

길 중간에 낡은 수영용 신발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엘리는 그쪽으로 걸어가 신발을 한동안 바라보았지요.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이 신발에게는 아무도 없네요, 할아버지."하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엘리는 다시 한 번 신발을 바라보았고 우리는 계속해서 길을 갔습니다. 잠시 후 엘리가 말하더군요. "할아버지, 나는 그럴 일이 없어요." 제가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엘리가 말했습니다. "혼자서 외로운 거요."

193
‘It would have been better for her not to have such a heart.‘
Yes, but worse for the rest of us.

‘그렇게까지 용기 있지만 않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맞는 말이야. 그렇지만 그녀가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우리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을 거야.

219
According to Miss Pelletier, it is not that you want to belabour anyone with details, but it did happen to you and you can‘t pretend it didn‘t. ‘Let‘s put everything behind us : seems to be France‘s cry. ‘Everything - the war, the Vichy, the Milice, Drancy, the Jews - it‘s all over now. After all, everyone suffered, not just you. ‘In the face of this institutional amnesia, she writes, the only thing that helps is to talk to fellow survivors.

펠티에 씨는 고통을 설명하는 것으로 남을 괴롭히자는 것이 아니었어. 있었던 일을 아닌 척할 수는 없다는 거였지. ‘이제 지난 일은 모두 잊어버리자‘ 프랑스는 목청 높여 외쳤어. ‘전부 다 - 전쟁, 비쉬 통치의 시절, 밀리스 연합, 파리의 드안시며 유대인에 관한 기억까지(이 부분은 검색으로 찾은 거라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 이제는 끝났다고. 따지고 보면 다들 힘들었지, 당신 하나만 힘든 건 아니었다고. ‘이렇게 다 잊어버리자고 기억상실을 교화하는 가운데 펠티에 씨는 맞선 거야. 살아남은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고 공감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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