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ok Thief (Paperback) - 『책도둑』 원서
마커스 주삭 지음 / Alfred A. Knopf / 200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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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려운 편도 아니었고,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재미없게 느껴지지 않았는데도 읽는데 오래 걸렸다. 계산해보니 정확히 한 달 읽었네. 영어책이라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나는 책을 살 때 딱히 책의 정보에 대해 미리 알고 사는 편은 아니다. 그냥 추천을 받거나 요새 인기 있는 책을 보관함에 넣어두었다가, 마음에 드는 놈들을 장바구니로 옮겨 한 번에 왕창 지르곤 한다. 그러니까 이 책도 나치 시절 독일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며 화자가 저승사자라는 걸 전혀 몰랐다. 그래서 초반에는 내가 뭘 잘 못 읽었나 싶어 자꾸 앞으로 돌아가 읽은 것을 확인 또 확인했지만, 곧 익숙해져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사실은 아주아주 오랜만에 책에 폭 빠져 손에서 놓기가 싫었던, 정말 정말 재미있게 본 책.





1930년대, 리젤은 독일의 양부모에게로 입양된다. 기차를 타고 독일 뮌헨으로 오는 동안 남동생이 죽고, 어딘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 하는 곳에 묻어주게 된다. 그리고 리젤은 처음으로 책을 훔친다.




생모와 헤어지고 남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9살의 리젤은 새로운 부모와 살면서 또 다른 삶에 적응을 해야 한다. 그녀를 따뜻하게 받아준 양아버지 한스와 함께 훔친 책을 읽고 글자를 배우고, 옆집 사는 레몬색 머리칼을 가진 루디와 친구가 되며 낯선 동네에서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오래전에 은혜를 입었던 지인의 아들이자 유대인인 맥스가 함께 지내게 된다. 유대인들을 함부로 죽여도 이상할 것이 없던 때라 지하실에 숨겨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험한 시대였다. 그러나 이들은 맥스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비정상적인 시대에 정상적인 인간애를 나누며 서로 의지하고 살아간다.




패망 직전, 세상의 포악함은 극에 달하고 그에 따라 이 착한 사람들의 인생도 자꾸만 휩쓸려 가게 된다. 절정을 향해 속도를 낼 듯 말 듯하던 이야기는 갑자기 급제동을 걸고 멈춰서 이 이야기가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정확히 보여준다.




정신 나간 시대의 가족애, 사랑, 우정, 생명의 소중함, 용서, 공감, 죄책감... 이야기가 전하는 것은 너무나 많다. 지금 우리의 눈으로는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이상한 시대였지만 사람들은 그 속에서도 나름대로 서로 사랑하고 보듬고 싸우고 미워하며 살았나 보다.




당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어땠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길이가 다소 길다 보니 등장인물들에게 애정이 생겨 너무 많은 일을 겪은 리젤에게 연민이 가고, 심지어 화자인 (그리고 인간이 아닌) 죽음의 신 (혹은 저승사자)의 입장에까지 자꾸 대입이 되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명실공히 선진국인 독일에 이런 과거가 있었다니. 사실 이런 일은 까딱 잘 못 하면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을. 그 참혹함을 앳된 소녀 리젤의 인생을 통해 들여다보는,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의 이야기. 소설을 읽는 것에도 목적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몰랐던 일을 사람들에게 생생히 전해 기억하게 하는 것. 당분간은 나치 관련 이야기는 읽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오랜만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깊이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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